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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kits 2004/09/21 05:00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10. 베네치아 

    diary – 10. Venice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또 더 누워있기를 갈망한다. 추스리고 일어나 아침으로 캠프장 슈퍼에서 파스타 캔을 사다 먹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만두처럼 밀가루 안에 고기가 든 파스타가 토마토 소스에 요리되서 들어 있었는데 데우지 않아도 먹을 만 했다.

    점심을 먹고 베네치아 안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베네치아는 입구까지만 버스가 있고, 도시 내에서는 운하를 통해 배로만 이동할 수 있다. 도시를 여러갈레로 가로지르는 운하에는 베포라토 라는 버스 배부터 택시 배, 관광용 곤돌라가 지나다닌다. 신기한 도시다…
    하루종일 베네치아행 버스와 페리, 베포라토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 10.50??. 이걸 구입했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서 내일 빠져나갈 기차편을 알아보았다. 항상 자전거가 문제다. 뮌헨 직행 기차는 자전거를 싣지 못한다. 다른 곳을 경유하면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기차는 자주 있는 편이라 그것을 타고 내일 오전 중에 독일 뮌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베포라토를 타고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했다. 여기서 리도 섬으로 갈 수 있는 페리가 있다.
    광장에는 무척이나 비둘기도 많고, 그만큼 사람도 많았다.

    인근 식당에서 오믈렛을 시켰는데, 피자치즈에 햄이 든 주먹만한 계란말이가 나왔다. 한국의 오므라이스를 생각한 나는 성질이 날라했다. 다행히 다른 곳과 달리 요금에 자리세나 봉사료가 안붙었다.

    리도 섬으로 가는 페리에서는 음악을 듣다가 꾸벅꾸벅 졸았다. 졸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리도 섬은 길쭉하게 생겼는데 선착장 반대편 해안이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한방울씩 내리고 해가 구름에 가려서 수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카프리 해안, 니스 해안, 리도섬 해안에서 수영해보는게 작은 목표 중 하나였는데…
    시설은 잘 되어 있었다.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섬이라나?

    베네치아로 돌아오니 비가 쏟아졌다. 금방 그칠 줄 알고 맞고 돌아다니는데 점점 빗줄기가 세졌다.
    비를 맞으며 운하를 가로 지르는 리알토 다리를 지나 로마 광장에 있는 버스 정류장 까지 베네치아 시내 건물들의 좁은 골목길을 아이쇼핑도 하고 그렇게 비를 맞으며 갔다.
    바리의 Torre a mare 에서 파도에 휩쓸려 가버린 랜즈 캡을 이곳에서 샀다. 6??

    비가 와서인지 버스로 베네치아를 빠져나가는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버스에 타긴 탔으나 잘 알지도 못하는 타지에서 차창이 김이 서려 어딘지 알아볼 수 없기에, 옆에 사람에게 캠핑장에서 내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물어본 다음 정거장이라 지나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나폴리가 나에게 나쁜 인상을 많이 심어줘 이탈리아 전체에 기분이 상했지만, 다른 도시를 거치면서 신용을 회복하고 있다. 좋은 사람들도 많다.

    캠핑장 마켓에서 음료랑 빵을 사면서 내일 날씨를 물어보니 내일도 비가 올것 같단다.
    캠핑장을 떠난다 해도 자전거를 타고 상당 거리를 달려 기차역으로 가야 뮌휜에 갈 수 있는데, 비가 계속 오거나 비가 멈춰도 길이 마르지 않으면 자전거로 갈 수가 없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쉰다 생각하고 값싼 여기 캠핑장에 하루 더 머물까 생각해 본다. 그냥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누워서…

    2004년 09월 15일 수 23:26 D+14

    어제 밤 비가 장난이 아니게 왔다. 천둥 번개가 치고, 숙소에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 했다.

    여전히 일찍 일어났지만, 오늘은 일정이 없기에 좀더 누워있었다.

    일어나 밖에 나가니 밖은 온통 나뭇잎이 휘날려있고, 내 자전거는 비를 너무 맞아 체인이 녹슬어 버렸다. 물기를 닦아주고 체인에 기름칠을 하였다.

    그제 널어놓은 빨래가 마르질 않는다. 전체적으로 끕끕한 분위기에서 오전에 신변정리를 하고 낮잠을 즐겼다.
    신변정리는 군대에서 쓰던 표현인데, 이럴 때 참 적당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할게 없을 때, 니 주변에 있는거 정리해라…

    하루를 쉬면서 보내니 무리한 근육들도 안정을 취하는 듯 하다. 다른데는 몰라도 내 허벅지 근육은 정말 쫄깃쫄깃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빨래를 말리면서 전체적으로 남은 일정을 재구성해 보았다. 가려고 했던 도시들을 많이 제거하자 대충 윤곽이 떠오른다. 일정도 처음 잡았던 두달에서 거의 절반을 줄인 한달에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에 오기 전에도 지금까지 한 여행들은 대부분 계획보다 빨리 끝났다. 제주도에서도 그랬고. 어쨌든 이번에도 거의 절반을 잘라먹고 한달만에 돌아가게 생겼다. –; 그래도 얼른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집이 최고다!!!

    남은 일정은 독일 뮌헨 – 프랑크푸르트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프랑스 파리 – 니스 – 모나코 – 니스 – 파리 – 벨기에 브뤼셀 – 파리 – 영국 런던 이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캠핑장 전화기가 고장나 전화를 못해 아쉽다.

     
  • ukits 2004/09/21 04:59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09. 베네치아 가는 길 

    diary – 9. To Venice

    이제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하다.
    피렌체를 출발한 건 D+10일인 12일 저녁, 민박집을 나서며 케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바나나와 배, 복숭아를 챙겨 베네치아로 떠났다. 바나나를 비롯한 과일이 스테미너에 짱이다.
    그리스 파트라스 민박집에서 자전거 라이트를 한참 켜놓은 적이 있는데 건전지를 사서 갈아끼워도 안되는걸 보니 과열로 전구가 나간 것 같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게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지 날이 밝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베네치아는 피렌체 북동쪽에 있어 이탈리아를 횡단해야 한다. 거기에 산이 있을 거란 걸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지도에도 고도는 나와있지 않고, 사람들도 잘 몰랐다.
    정작 피렌체를 벗어나는 곳 부터 산기슭, 오르막이었다. 처음엔 버스도 다니고 마을도 꽤 보이니 어느정도 마음이 놓였다. 두메산골은 아니구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마신 물 보다 땀으로 나온게 더 많을 거다. 간혹 내리막이 있지만 잠깐이고 끝이 없는 오르막길이다. 자전거 기어는 가장 낮게 해도 힘들고, 평균 속도 7-8 km/h가 나왔다. (평지에서는 18-22km/h 가 나온다) 처음엔 금방 내리막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망할 오르막은 끝날 줄을 모르고 5시간, 그러니까 자정에 내가 노숙을 결심할 때 까지 계속 되었다.

    5시간여 동안 산을 타니 주변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가끔가다 나오는 마을 앞 도로가 아니면 가로등이 없어 거의 앞이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달도 그믐이다. 염병헐! 옛날 과거 보러 가는 선비가 이랬을까? 고장난 후랫쉬를 만져봐도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형광으로 빛나는 15cm 정도 되는 안전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사용하더라도 10m 앞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 공포를 아는가? 얼마나 계속 될지도 모르는 길이 거의 보이지도 않고 뭐가 튀어나올것 처럼 주변 숲은 부시럭 거린다. 가끔 차가 지나가면서 주변을 밝혀주면 그것에 의지해 산을 오르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지나가는 차도 뜸해졌다. 이제와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해주던 말이 생각났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겨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웃음이 났다. 죽지만 않으면 강해진다! 힘도 났다.
    도중에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던 오토바이 여행자들이 물을 건네 주었다. 이번에도 그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이다. 조금 먹고 돌려 주자 다 먹으라고 넘겨준다. 물은 충분히 있었지만 어찌나 고마운지…

    자정을 갓 넘기고 산정상으로 보이는 마을 Firenzoula에 도착했다. 간판에 대충 그렇게 그려져 있었다.
    이제 내리막이다! 막상 기다리던 내리막에 도착했지만 오르막보다 더 난감한 문제가 발생했다. 빨라지는 속도에 주변이 어두우니 멀리 볼 수 없어 더 위험하고 밤바람에 식은 땀이 매우 차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중에 츄리닝을 빼서 입었는데도 자전거의 속도에 바람이 옷속을 파고든다.
    그러다 다시 한번 오르막을 만났는데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또 이 오르막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노숙을 결심했다. 밤새 달릴 걸 예상하고 낮에 민박집에서 자고 나오긴 했지만 이상태로 가다간 난간을 보지 못해 커브길에서 도로 밖으로 구르거나 체온이 떨어져 얼어죽는다.
    한 마을의 주차장 공터에 판쵸우의를 깔고 침낭 속에 들어갔다.
    사방은 고요하고 가끔 차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밤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던가… 이제까지 보지못한 광경이었다. 침낭 밖으로 나온 얼굴을 찬 바람이 때렸다. 눈을 잠시 부쳤다. 두어시간 잠을 잤나? 추위에 눈을 떴다. 체온으로 유지되던 얇은 침낭 속의 온도가 차가운 새벽 공기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30분을 발광을 했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일어나 마을 어디에 바람을 피할 곳이 없는지 돌아다녀보았지만 헛수고 였다.

    이불을 훔치자!
    그 마을의 빨래줄에서 얇은 침대보를 훔쳤다. 그 집 아줌마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장발장이 빵을 훔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덜 마른 것이었지만 침낭 안에 넣으면 오히려 습기 때문에 더 따뜻할 것 같았다.
    이불을 훔쳤으니 그 마을에서 잘 수 는 없고, 조금 더 나아가 다음 마을에서 자기로 했다. 이불을 들쳐매고 자기 좋은 곳을 찾아 마을 3개 정도를 지났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울타리가 없는 폐가를 찾았다.
    안에 들어가니 더러운 매트리스도 있었다. 이런 행운이 있나!
    매트리스에 판쵸우의를 깔고 침낭을 얹으니 별5개 호텔이 부럽지 않다. 쌕을 머리에 베고 침낭을 뒤집어 쓰니 앞은 틔여 있지만 바람이 안 불어서 정말 따뜻했다. 귀신 나올 것 같은 집에서 그렇게 다시 달콤한 잠에 빠졌다.

    햇빛이 나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노숙은 그래도 성공적이다.
    침낭과 판쵸우의를 개고 츄리닝도 벗고, 다시 레이싱 모드에 들어갔다.
    산을 다 넘었는지 가끔 오르막이 있고, 완만한 내리막이 계속 되었다. 올라갈 때는 그렇게 가파르더니 내려갈 때는 완만하네…
    중간에 바나나와 우유로 연료 보급! 내리막길은 Bologna 라는 도시에서 끝났다. 신기하게도 거기서부터는 줄곳 평지였다. 하지만 베네치아 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고 마음이 흔들렸다.
    그냥 여기서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들어 갈까? 그러려면 아예 피렌체에서 타고 오지 뭐하러 산을 넘었나. (유레일 플렉시 패스는 날짜로 계산 되니까, 역 하나를 지나든 유럽을 횡단하든 하루 안이라면 똑같다) 괜히 오기가 생겼다. 베네치아까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음 번엔 전부 기차로 가는 한이 있어도 베네치아 까지는 간다!
    욕심도 생겼다. 오늘 안에 도착한다. 그렇지 못하면 또 다시 폐가를 찾아 노숙을 하거나 비싼 값을 주고 잠을 자야 한다.

    진짜 열심히 굴렸다. 보통 하루 중 처음엔 평균 시속 22km/h가 나오고 중반 이후엔 체력이 떨어져 18km/h가 나오는게 보통의 내 페이스인데, 끊임없이 바나나와 쿠키로 에너지를 주입하면서 베네치아에 도착할 때 까지 22km/h를 유지했다.
    솜바지도 소용없다. 항문이 파열됐다. 다리보다는 상체를 버틴 팔이 더 아팠다.

    날은 이미 어두워 졌지만 산길이 아니라 가로등이 거의 끊기지 않는다. 다행이다. 베네치아 이정표가 교차로마다 보일 무렵, 참치캔과 고추장으로 마지막 영양 보충을 하며 베니스 호스텔을 가이드 북에서 찾아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버스는 없고 배만 있는 베니스에서 호스텔이 바포레토라는 버스용 배를 한번 타고 갈 수 있는 섬에 있었다. 이 밤에 바포레토가 다닐리 없잖아! 이런 미네랄…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결국 강을 따라 베네치아로 향하면서 폐가를 찾기에 이르렀다. –; 서럽다. 좀 상황이 좋지 않다. 폐가는 다 울타리가 있거나 문이 막혀있고, 도시가 잘 발달되 있어 그나마 쓰지 않는 건물이 많지 않다. 숙박 업소는 많지만 비쌀 것이고.

    그러다가 캠핑장 이정표를 발견했는데 보통의 캠핑장 처럼 캠핑카 + 텐트 그림에 침대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들어가 물어보니 침대 시트 없이 하룻 밤에 12?? 란다! 그래,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냥 바람만 막아 주면 되!
    안내 된 곳은 컨테이너 박스에 침대가 두개 들어가 있는 조그만 방이었다. 침대는 도미토리 형식은 아니고 그냥 일행이면 두개를 쓰고 혼자면 1개를 쓰는 것 같다. 불도 켜지고, 옷걸이도 있고, 콘센트도 있다. 왜 지금까지 캠핑장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걸 몰랐을까? 앞으로 노숙은 자제하고 캠핑장을 애용해야 겠다 생각하면서 짐을 풀고, 공동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이 시간이 11시 정도 였다.
    샤워하러 갈 때, 야외에서 떠들고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각자의 차와 텐트로 들어가 조용하다. 꼬박 하루를 넘게 달려 씻지도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씻고 침대에 누우니 살것 같다.

    이 날 달린 거리가 218km, 11시간을 자전거 위에 있었다. 그 전날, 피렌체 부터 계산하면 280km, 16시간.
    허리 빼고 목, 팔, 다리, 항문 다 아프다. 허리는 왜 안아프지. 안티푸라민 챙겨가라는 어머니 말씀 안들은게 후회된다. 유럽 약국에도 안티푸라민이 있으려나…

    오늘은 나폴리에서 로마 간 것 보다 훨씬 더 고생해서 그런지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이 더 좋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원래 마음 먹은대로 해낸 것이 뿌듯하다. 한편으로는 무식하다는 생각도…
    그래서 앞으로는 현실과 잘 타협할 생각이다. –;

     
  • ukits 2004/09/21 04:59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08. 피사 & 피렌체 

    diary – 8. Pisa & Firenze

    2004년 9월 11일 18:56 피렌체 민박

    여행 시작한 이후로는 매일 꿈을 꿨다. 무슨 꿈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깨고 나면 꼭 내 방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도 로마에서 꿈을 꾸고 6시경에 일찍 눈이 떠졌는데 다시 누워서 뒤척였다. 하루가 시작되는게 두렵다. 솔직히!

    엇그제 로마에 도착했을 때 민박집 이모님이 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라고 했었다. 난 육개장이 무지 먹고 싶어서 해주실 수 있냐고 지나가듯 말했었는데, 오늘 아침 메뉴가 육개장이었다. 돈을 떠나서 정말 가족처럼 잘 대해줘서 정말 고맙다. 미역국은 아니었지만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체크아웃도 따로 없다. 3일치 숙박비를 그냥 건네 드리고, 자전거를 가지러 내려가니 엇저녁에 내려와 정비할 때 채워두었던 앞바퀴에 바람이 다시 빠져 있었다. 젠장헐… 자세히 보니 타이어에 작은 스프링 하나가 박혀 있었다. 펑크가 난 것이다.
    일부러 열차시간에 딱 맞춰 나왔는데 늦겠군…
    일단 대야에 물을 떠오고 타이어 내장을 꺼내 바람을 조금 넣고 물에 집어 넣어 힘을 준다. 그러면 구멍이 뚫린 곳에서 공기방울이 나온다. 펑크 난 곳에 패치를 붙였다. 조립 후 확인하니 다행히 바람이 다시 빠지진 않는다.
    얼른 역으로 갔더니 다행히 피사행 열차가 출발 직전이었다.

    아직 이탈리아 밖에 보지 못했지만 이쪽(유럽)은 기차가 매우 활성화 되어있다. 도시는 작고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 듯하다. 어쨌든 자전거 칸에 자전거를 실으면서 시모네Simone를 만났다. 먼저 나에게 자전거를 같이 묶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객실 칸에 와서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피사에 있는 여자 친구를 보러 주말마다 자전거를 가지고 피사에 간다고 했다. You’re good boy friend! 한국에도 가본 적이 있고 서툴은 영어지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보통의 현지인들은 외국인하고 오래 이야기 하는걸 싫어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전거 칸 바로 앞 객실이 폐쇠되 자리를 옮겨야 할 때도 이탈리아어를 듣고 서투른 영어로 내게 말해주었다.

    피사에 도착하니 시모네가 쪽지를 한 장 건네며 메일 주소란다. 처음으로 현지인 친구를 사귀게 되는 순간이었다. 무척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먼저 다가가지 못한게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난 항상 뭔가 받아주는 입장에 서 있어야 하는가.
    시모네가 피사의 탑 까지 자전거로 안내 해주고 갔다. 정말 감동 받았다.

    피사는 피사의 탑 밖에 볼것이 없다. 다른 로마 유물과 달리 피사의 탑은 원래 생각했던 것 보다 거대했다.
    시간이 갈 수록 조금씩 더 기울어져서 보수공사를 했다고 한다. 똑바로 세울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관광의 목적인지 비뚤어지게 놔뒀다고 한다.

    피사에서는 탑 기대고 찍기가 유행(?)인데, 운 좋게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 혼자서는 찍기 어려운 ‘피사의 탑 받치기’ 사진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흔히들 손을 받치고 찍는데 난 최성국 스타일로 도전해 보았다. 혼자 다니니까 이런게 않 좋군…

    다시 역으로 돌아와 피렌체행 열차를 탔다. 붐비는 코스는 아니라 모처럼만에 음악을 들으며 한가하게 한 시간을 보냈다.
    검표시간에 내 자전거를 보더니 자전거 표를 보여 달랬다. 자전거 칸에 실으려면 24시간용 자전거 티켓을 3.5?歷? 주고 사야 되는 것이었다. 차내에서는 벌금 5?? 포함 8.5?歷? 내야한다. 아까워라… 순전히 몰라서 그랬다구!

    오후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 무렵, 피렌체에 도착했다. 또 한 도시를 정복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민박집을 찼아갔다. 이제 거리 이름으로 주소를 찾아가는데 조금은 익숙해졌다. 로마도 그렇더니 피렌체도 한인 민박은 중국인 거리나 흑인 거리에 인접해있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처음 들어갔을 때는 다른 여행자가 아무도 없더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돌아왔다.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다! 약간은 푸석푸석한 양배추에 싸먹었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내일은 힘이 솓겠는 걸?

    저녁을 먹은 후 피렌체의 야경을 즐기러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우피치 미술관 인근 거리의 바이올린 악사. 그 옆으로는 베르니 탄생 150주년 연주회 연주자들이 지나가면서 대조를 이룬다. 저 거리의 연주자가 더 실력이 좋을지도…

    단테와 베아뜨리체의 다리에선 플룻을 부는 할아버지 악사를 만나 잠시 멈춰 한 곡을 들었다. 왠지 모르게 구슬퍼진다. 동전을 못줄망정 훌륭한 연주에 박수라도 쳐 줘야지. 하지만 박수를 치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고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눈을 찡긋 했다.
    이쪽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위트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에서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졌는데, 승용차가 그냥 지나가 버리자 기다리던 청년이 박수를 치면서 ‘Wonderful. wonderful~’ 했던거나, 버스 문이 닫히고 뛰어온 아저씨가 문을 두드려도 안열어주자 떠나는 차에 대고 박수를 치고는 엄지 손가락을 힘껏 치켜드는 거랄지, 교차로에서 더 느린 내 자전거를 기다려주며 고개짓으로 끄덕여 줄 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존경하기로 한 미켈란젤로의 이름이 붙은 언덕에 올라 피렌체의 야경을 감상하고 다시 우피치 미술관 앞에 오니 아까 말한 베르디 15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었다.
    거리의 악사들과는 또다은 감동이 느껴진다.
    두 곡을 듣고 일어서 민박에 돌아오니 다른 여행자들이 식탁에 모여 맛이 유명하다는 토스카나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도 맛좀 보자며 끼어든 자리가 새벽 두 시 까지 이어질 줄이야…
    와인이 떨어지자 맥주를 사와서 먹고, 또 밖으로 한잔하러 나갔다가 살인적인 술 가격에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좀 더 마셨다.

    세상을 멋지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
    명품을 사서 일본에 공수해 주는 에이전트 형.
    건축학회에 참가했다가 휴가겸 여행하는 박학다식한 형.
    매일 싸운다지만 그래도 부러워 보이는 커플.
    KBS ‘세상의 아침’ 작가 누나.
    독일교포 2세로 독일어, 영어, 한국어-3개국어를 구사하는 여.
    여행 중 하루 25?? 사용의 신화, 공학도이면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도 쓰는 여,
    그리고, 그들에게 무식하고 쌈잘하게 보인 해병대 아저씨.
    인디안, 축구선수 최태영, 양현석. 오늘 내가 닮았다는 소리 들은 사람 목록이다. 아마도 내 얼굴이 고글 부분만 안타고 다른 부분이 타서 많이 다르게 보이나 보다.

    정말 좋은 기회로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되어 많은 걸 느꼈다. 다들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지만 대단하게 해내고 있구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침대에 누웠지만 이미 늦은 밤이라 피곤하다… 내일은 약간 패턴이 바뀌어서 오후에 자고 저녁에 피렌체를 뜨는 계획이다.

    9월 14일 저녁 베네치아 캠핑장에서

    (밀렸던 걸 시간 여유가 있어 한꺼번에 쓴다)
    아침 7시 30분 경에 일어났다. 몹시 잠이 쏟아졌지만 오늘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지금 일어나야 한다.
    오전에 일찍 가서 줄을 서야 볼 수 있는 우피치 미술관을 보고, 오후에는 민박에서 잠으로 체력을 보충한 다음, 해가 지고 시원할 때에 베네치아를 향해 자전거를 굴린다는 계획이었다.
    나중에야 하는 말이지만, 결국 성공은 했다. 그런데 이보다 멍청한 짓은 없었다.

    어제의 민박집 멤버 중, 나를 포함 3명이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좀 늦었나 싶었는데 다행히 30분 정도 밖에 기다리지 않았다.

    피렌체는 르네상스 운동의 발화점이고 그 중심이 되는 사람들이 메디치 가문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약을 만들어 팔아먹고 돈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자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작품들을 사모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르네상스 시대가 오게된 것이었다.
    우피치 미술관은 메디치 가문이 그 시절 부터 모은 작품들이 있는 곳이고,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딸이 시집가면서 피렌체에 기증했단다. 대단하다…

    미술관의 규모도 커서 오전을 거의 할애하고 점심 때가 되어서야 빠져나왔다.
    미켈란젤로의 무덤이 있다는 산타크로체 성당에 들렸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 미켈란젤로 생가도 보았는데 입장료가 있어서 들어가 보진 않았다.
    나도 어제 식빵과 잼으로만 하루를 버틴다는 여자분을 보고 느낀바가 있다. 그렇게는 못하지만 최대한 아껴야지.

    민박집에 돌아와 바로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해놓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잠깐 비가 왔더란다. 비가 오면 나는 발이 묶인다. 자전거를 분해하더라도 짐이 커지니까 이동하기가 불편하다.
    다행히 갠 날씨덕에 약간은 어두운 하늘을 뒤로 하고 피렌체를 떠났다.

     
  • ukits 2004/09/21 04:58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07. 바티칸 

    diary – 7. Citta del Vaticani

    2004년 09월 10일 22:00 로마 숙소

    오늘은 보고 들은게 너무 많아 기록할 게 정말 많다.

    바티칸은 천주교의 총본산으로 교황이 머무르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 바티칸과 성베드로 성당, 성베드로 광장을 바티칸으로 보는데,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받은 것은 100년도 안된다. 무솔리니가 자신의 정권을 인정 받기 위해 바티칸을 뒷 돈과 함께 정식 국가로 독립시킨것이라 한다. 그래서, 화폐나 우표도 따로 발행하고 전화 코드도 다르다.

    바티칸에 유명한 볼거리들이 많은 이유는 종교라는 명목으로 각종 예술가들을 끌어들여 예술 작품을 직접 제작케하기도 하고, 또 세계 각지의 유물들을 컬렉션하여 모아왔기 때문이다.
    오늘 가이드를 맡으신 분도 말씀하셨지만, 종교는 그저 종교로써 욕심을 버리고 본분에 충실해야지 이러한 큰 재산을 축적하고 화려함으로 장식한다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로마 시대에는 종교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와 미술, 음악 등의 다른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 욕심 많은 바티칸의 권위 덕분에 오늘 나는 한자리에서 수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한국인 여남은 명이 모여 지하철을 타고 바티칸으로 가이드 투어를 떠났다. 이른 시간인데도 바티칸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처럼 금속 탐지기 검사를 한다.

    바티칸의 최고 볼거리라면 시스티나 예배당에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정화 천지창조와 벽화 최후의 심판인데, 정작 예배당 안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도 그림이 상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야외에서 삽화를 보고 설명을 다 한 후 들어가서는 구경만 한다.

    오전에는 가이드의 로마 역사와 종교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 내가 왜 진작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중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우는 세계사는 단지 따분한 외울 거리에 불과 했는데, 현장에서 듣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생생하게 느껴졌다. 정말 역사 이야기를 하려면 끝이 없고 다 기억하지도 못하니 넘어가야지. ^^

    바티칸 관광은 나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우선은 동시대를 살아았던 3대 거장이자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관계와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천문학, 수학, 건축, 조각, 그림, 문학 거의 못하는게 없는 천재들. 세상이 약간 불공평하다고도 생각해본다. ^^ 앞으로 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 보려한다.
    나 같이 성질급한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오랜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그림과 조각, 대리석 모자이크, 건물들… 판테온 같은 건물은 현대의 기술로도 건축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 일생을 바쳐 명작을 만들고 그려낸 미켈란젤로에게 존경심이든다.

    세계사 이야기 중 면죄부 판매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지? 그 면죄부를 판 이유가 성베드로 성당을 짓는 돈이 모자라서 였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성당 바닥에는 다른 나라 성당의 크기가 세겨져 있다.
    나중에는 대리석 같은 재료가 모자라 콜로세움 같은 다른 유적에서 빼다 써서 욕을 먹었다고 한다.

    성베드로 성당은 성당 자체 말고도 정말 볼거리가 많은데,
    25년마다 한번씩 열린다는 구원의 문.
    돌아가신 후 20년 후에 열어 봤는데,

     
  • ukits 2004/09/10 06:45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06. 로마 

    diary – 6. Rome

    2004년 9월 9일 D+8 21:47
    로마 한인 민박

    아침 일찍 눈이 떠지긴 했는데, 일어날 수 가 없다. 어제의 후유증으로 잘 익은 왼쪽 다리는 따끔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래도 어떻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오늘 돌아볼 루트를 점검하고 있는데, 민박 주인아저씨께서 오셔서 다른 방 형들과 함께 모아 놓고 지도를 보며 관광명소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무작정 로마 시내로 나가려 했던 참에 정말 잘된 일이었다.

    그렇게 오전엔 인터넷도 하고 민박에 머물다가 점심 때 잠깐 잠을 자고, 나가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점심도 먹고가라고 차려주셨다. 원래 점심은 안주는데… 어찌 감사를 드려야할지.

    가이드 북에서도 그렇고 주인아저씨 말도 그렇고 자전거로 돌아다니는 것은 비추천이라고 해서 일단 걸어나갔는데 막상 돌아다녀 보니 트레비 분수, 나보나 광장 인근만 골목이 좁아 자전거가 좀 힘들고 나머지는 자전거가 오히려 편할 뻔 했다. 덕분에 오늘 하루 무쟈게 걸었지.

    콜로세움 –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 카사칼라 목욕탕 – 대전차 경주장 – 마르첼로 극장 – 캄피돌리오 광장 – 베네치아 광장 – 트레비 분수 – 판테온 – 나보나 광장 – 스페인 계단 – 포폴로 광장

    콜로세움, 개선문 그리고 포로 로마노 언덕.
    말로만 듣던 콜로세움을 직접 본 소감은… 글쎄 생각했던 것 보다 작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물론 생각했던 것 보다 작다는 것이지 엄청 크다. 폼페이의 원형 경기장만 했다.
    이곳들의 유적은 많이 무너지고 훼손되 복원 공사가 한창이고, 이미 현대식 벽돌로 무너진 곳을 보수한 곳도 많았다. 고대의 벽돌들과 현대의 벽돌들이 만나 이상한 역사의 괴리감을 만들어낸다.
    로마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지어진지 천년이 넘은 것들이라고 한다. 최근에 지어진 테르미니 역사 같은 게 500년, 100년 이정도…
    나보나 광장 옆의 건물들은 겉은 그렇게 오래되 보이지만 속은 초호화판이라는데…

    콜로세움 바로 옆에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전쟁에서 승리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개선문이 있고, 또 로마가 세워지고 정치/종교의 중심지였던 포르노 마로, 아니 포로 로마노 언덕이 있었다.
    포로 로마노 언덕과 콜로세움 입장료를 합쳐 8?姸嗤? 안들어가기로 했다. 결국 나중에 잘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카사카라 목욕탕
    수 천년 전에 천명 이상이 함께 목욕할 수 있는 공중 목욕탕이 있었다는게 신기했다. 고대의 유적들은, 당시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겐 문화이고 생활이었을텐데, 지금 우리의 생활도 수천년 이후 사람들이 느낄때 고대의 유적이라고 생각 할까? 찜질방 유적을 보면서 지금의 나 같은 생각을 할까? 찜질방 유적이라니 우습다.
    벽에 조각들도 매우 화려했다고 하나 지금은 거의 무너져 원래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 였다. 간간히 바닥의 정교한 타일들과 배수구가 목욕탕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카사칼라 목욕탕과 대전차 경기장 사이에 수박을 파는 노점이 있었는데, 크기는 무등산 수박만 한데 달지는 않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1?歷? 주고 큰 덩이 하나를 사 목을 축였다. 오늘은 한국에서 먹는 음식만 먹는구나… 밥/김치에 수박도…

    대전차 경기장
    영화 벤허에 나왔었다는 대전차 경기장은 그저 이름만 경기장일뿐 지금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면 그저 공터라고 생각될 정도로 변해있었다.

    진실의 입은 패스!

    캄피돌리오 광장, 베네치아 광장
    Capital의 어원이라고 하는 이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설계/시공을 하였는데, 말로만 들었던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는 건축구조물에 서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 광장에 올라가는 계단은 위로 올라갈 수록 점점 넓어져서 아래쪽에서 봤을때 계단이 정사각형 모양으로 보이게 (원래 계단은 사다리꼴로 보임) 일부러 설계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차이를 잘 못느끼겠더군.
    엽서나 가이드북에 나온 것과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그 위치는 지금은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놓았다.
    건물 뒤로 돌아가자 돈이 아까워 안들어갔던 포르노 마로 일대가 한눈에 펼쳐졌다. 로마 건축 양식과 보존 상태가 거의 비슷비슷해 이제는 좀 덤덤하다.

    베네치아 광장에는 이탈리아 초대 왕인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있는데, 이 곳은 아직까지 화로에 불이 타오르고, 무장 현병이 보초를 서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헌화를 한다고 한다.
    돔 꼭대기에 보면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큰 날개가 달린 천사가 타고 있는 상이 있는데, 왠지 모를 위압갑이 느껴졌다.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곳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 곳이구나… 이곳 또한 콜로세움 처럼 내가 가지고 있던 상상과는 엄청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분수 주변에는 영화에서 보던 당시에는 없었을 법한, 아니 있었어도 잘 가렸을 법한 건물들이 주변을 에워 싸고 있고, 다른 관광과 기념품 장사꾼들로 북적였다.
    분수에 동전을 1개 던지면 로마에 돌아오고, 2개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3개 던지면 아내와 이혼을 한다고 한다. 민박집 주인 아저씨는 올때마다 3개씩 던졌다고 했다. –;
    가방에서 2센트유로 동전을 찾아 분수에 등 뒤로 던져 넣었다. 다시 올 때는 혼자가 아니길 바라면서…
    분수의 물은 깨끗하고 차가웠다.

    스페인 계단 역시 내 환상과는 많이 달랐다. 작고 초라해 보였다. 계단 위쪽은 삼위일체 성당이 있는데 잠시 들어가 안정(?)을 취하고 나와 사진을 찍고, 분수의 물을 마셨다. 물 맛이 마치… 스페인 계단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한국 청년이 실망하고 웃다가 마시는 분수 물의 맛이었다.
    NO PAY, NO PICTURE, OK? 라고 쓴 간판을 든 로마 병정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몰래 뒤에 가서 찍었다. ^^

    판테온, 나보나 광장.

    판테온은 로마시대 건축물 중에 보존이 매우 잘 되었는 건물로 거의 회손되지 않았다. 내부는 뭐가 문제인지 공사중이고…
    특이하게도 돔 윗부분은 하늘이 보이는 상태로 구멍이 뚫어져 있는데, 공기의 대류 현상에 의해 비가 와도 안으로 빗방울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민박 주인 아저씨 말로는 비올 때 가섭 확인해봐도 빗물이 들어온다던데…

    나보나 광장에는 각종 기념품상과 문신 등 잡상인들이 많고, 어떤 아이들이 자기 장난감들을 팔려고 거리에 펼쳐놓은걸 보고 웃음이 번져 사진을 한장 찍었다.
    같은 민박에 묶는 형들을 만났는데, 주인아저씨가 알려주신 2?? 짜리 스페셜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으러 갔다. 7가지 맛에 크림까지… 맛을 느끼기 전에 녹는게 무서워서 재빨리 해치웠다. ㅋㅋ

    포포로 광장
    오래 전부터 여러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에 광장이 생기자 19세기에 다시금 광장으로 건축했다고 한다.
    트럼펫 소리가 넒은 광장에 울려퍼진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이런 거리의 예술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가운데는 이집트에서 가져왔다는 오벨리스크가 떡하니 서 있고, 이집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게, 살아있는 파라오 동상이 서있다. 사람들이 동전을 집어넣으면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러 옆으로 가면 깜짝 놀래주기도 한다. 평소에는 안움직이고 가만히 서 있다. 트레비 분수 앞에는 석고색 살아있는 동상이 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가만히 보고 있으니, 꿈틀꿈틀 하며 전화도 받고, 조금 있으니 일과를 마치는 듯 옷을 벋고 내려와 어디론가 사라진다.
    왜 이집트의 유물이 로마에 와있나? 이것이 정복자들의 특권인가. 언제나 역사엔 정복 당하는 자들과 정복하는 이들이 있고, 스포트라이트는 정복자들에게로 돌아간다. 남을 찍어 누르고 자신이 그 위에 올라가는 것 그게 인류의 본성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도 정복당했던 역사가 많은 민족이라 그런지 이탈리아 보다는 이집트에 더 정이 간다.
    저 오벨리스크가 레이저를 쏘지는 않을까? ^^ (커멘드&퀀커라는 오락에 보면 레이저를 쏘는 무기로 오벨리스크가 나온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거리의 상점들을 구경하며 돌아가다 길을 잃었다. –; GPS 작동! 좀 늦긴 했지만 다행히 제대로 집을 찾아 돌아왔다.
    로마는 나폴리보단 거리 표시가 잘 되어있고, 지도에 거리 이름이 다 표시되어 있어 거의 길을 찾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하면 아직 정착이 덜되었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되리라고 본다.

    너무 많이 걸어 발 앞꿈치가 아프다. 자전거 생각이 간절한데…
    로마도 크기로만 따지자면 광주보다 더 작은 것 같다. 어쨋든 다 걸어서 돌아다녔으니까.
    세계사에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로마 문화의 수천년 역사를 작은 한 점이라도 공유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탈리아는 볼게 많아서 참지 얼른 떠나고 싶다…

    내일은 돈이 좀 들더라도, 한국인 가이드를 통해 바티칸 투어를 받을 생각이다.

     
  • ukits 2004/09/09 06:32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05. 로마 가는 길 

    diary – 5. to Rome

    2004년 9월 7일 20:32 D+6
    스카우리 숙소

    드디어 오늘부터는 자전거 행군이다. 8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는데, 유스호스텔의 부지런한 우리 방 사람들은 벌써 체크아웃 하거나 방을 나서 있었다.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자전거 복장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으… 또 그 빵 한 조각에 코코아.
    여행 중 지금까지의 식사는 다 배고파서 먹기 보단 쓰러지지 않을려고 억지로 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쌀밥과 김치와 육개장이 그립다. 한국에 돌아가면 육개장을 가장 사랑해주고 싶다.
    빵이 맛이 없었지만 다행히 체크아웃하려고 가지고 내려온 가방에서 고추장을 꺼내 발라 먹었다. 그나마 먹을만 하군…

    아침 부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 출발 전 자전거를 잠시 손보는 그 순간에도 땀이 흘러 내린다.
    유리에 비치는 내 자전거 복장에 잠시 반했다. –;

    어제 이탈리아 지도를 구입하긴 했지만 축적이 큰 전도라 도시의 진입로 까지 자세히 나오진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무작정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 길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처음이라 그런지 발이 상당히 가볍다.

    작은 슈퍼마켓에 들려 도브 비누 하나와 햄을 샀다. 주인 아저씨에게 로마 까지 간다고 말하자 로마까지는 210km 라며 못들을 것을 들었다는 표정이다. 어쩔 수 있나…

    내리쬐는 태양빛을 받으며 북쪽으로 북쪽으로 향했다. 로마가 큰 도시긴 하나보다. ROMA 라는 표지판이 나눠지는 길마다 보이니 방향을 잡기가 한결 수월하다.

    자전거를 타고가다 배가 고프면 이미 끝이다. 다시 기운을 회복할 때 까지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햄과 물을 계속해서 먹어가면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니 힘이들어 점점 평균 속도가 떨어지고, 속도계의 주행거리가 100km에 육박해 간다. 속도계가 약간의 오차가 있긴 하지만 다리가 매우 피로해지고 등에 짊어진 베낭의 무게 때문에 항문이 파열(?) 위기에 처했다.
    정말 유럽은… 자전거로 횡단하기엔 무리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미 다녀온 사람들은 뭐지? 난 왜 다른 사람들 처럼 평범한 베낭여행을 생각하지 않은 거지? 특별하기란, 유별나기란 이렇게 힘든건가? 집 생각이 간절하다.

    주유소 벤치에서 잠시 눈을 붙여 휴식을 취했다. 일어나 다시 좀 더 가보려고 힘을 냈지만, 속도가 처음만큼 나오질 않는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맞바람까지 속을 썩히니 더 이상 갈 맛이 나질 않았다. 가까운 도시에서 묵어 가려고 내려온 곳이 이곳 스카우리Scauri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애들한테 손을 포개 볼에 같다 대면서 “Sleep” 이라고 말하니 알아듣고 “Follow me!” 한다. 어찌나 고맙던지…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2인실 숙소가 하룻밤에 무려 47유로. 아침 포함. 유스오스텔 3일 묶을 돈인데… 웃으며 사정해도 안 깎아 준다. 다른 숙소를 찾을 수 없는 마당에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혼자 쓰는 큰 방에 TV도 틀어놓고 아무것도 안걸친 자연의 상태로 일기를 쓰고 있지만, 그저 여기가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계획을 수정해야 겠다. 유레일이 허용하는 한 이용하면서 최대한 기차로 이용하고 한달 이내로 기간을 줄여서 정말 꼭 볼 것만 보고 돌아간다… 아직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이지만, 이런 무계획 적이고 미친 멍청한 여행을 계속 한다는 것이 오히려 정신 나간 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2004년 9월 8일 수요일 D+7
    로마 한국인 민박

    지금 나는 매우 기분이 업되어 있다. 이틀 내에 도착하는 것이 무리라 생각했던 로마에 입성했고, 밥과 김치를 배불리 먹었다. 솔직히 로마 관광은 지금 뒷전이다. 지금 이 기분을 즐기고 싶을 뿐…

    여행 도중에는 그렇게 늦잠을 자지 않았다. 당연하지 일찍 자니까… 스카우리에서 6시가 되니 눈이 떠졌다. 근데, 일어나기가 싫었다. 좀 더 누워있다가 나도 모르게 TV를 켰다. 멍하니 보고 있노라니, TV라는 기계가 나를 나태하게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TV 앞에 생각없이 앉는 걸 자제해야지.
    역시 이곳에서도 아침은 커피와 빵, 각종 잼이다. 이런 빵은 지겹다. 고로케, 생크림 이런게 나와도 집어쳐라 할 판에…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 먹었다. 이게 다 오늘 쓸 에너지다…

    슈퍼에 들러 물 한 병을 사고 나왔는데, 자전거에 몸을 올리기가 두려웠다. 로마는 어제 내가 나폴리에서 여기까지 온 만큼 보다 더 많이 남아 있었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페달을 밟았다.
    어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몇가지 방법을 달리 했는데,
    먼저 베낭을 뒤 짐받이로 내려 안장과 함께 고정시켰다. 전문가용이라고 산 짐받이가 전용 가방에 맞춰져있고 다른 짐을 올리기엔 너무 작아 베낭이 옆으로 자꾸 쓰러져서 타는 동안 내내 애를 먹었지만, 어제처럼 등에 맨 것 보다는 통풍도 잘되고 항문의 압박도 덜했다.
    또 허벅지 아래 근육을 쓰지 않는 장거리 라이딩 주법(분명 이 주법은 원래 있는 주법일 테지만, 내가 스스로 알아냈기 때문에 저렇게 부르기로 하겠다)을 이용해 무리가 가는 허벅지 근육을 최대한 아끼기로 했다.
    그리고 로마에 거의 다 와서 안 사실이지만 바나나가 스테미너에 짱이다.

    어쨌든 그렇게 출발은 순조로웠다. 어제의 처음처럼 평균 시속 22km/h가 나왔다.
    오늘은 141km가 처음으로 나온 로마 이정표였다. 한숨이 나왔다. 장거리 하이킹의 경우에 보통 하루에 100km 추천이고 광주 풍암 MTB 아저씨의 말로는 당일치기 200km 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중간에 하루 묵어야 한다면 좋은 자리를 봐서 노숙을 할 까 생각을 했었다. 큰 도시가 아니라 숙박비가 쌀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기 때문에…

    항문이 덜 아퍼서 그렇기도 하지만 자주 내려서 쉬지 않기로 했다. 두시간 타고 15-20분 쉬는 타이밍으로 달렸는데, 두번째 휴식시간에 점심으로 어제 남은 햄과 비스킷을 먹었다.

    스카우리를 많이 벗어나 완만한 경사에 직선 주로가 이어지고 계속 달렸다. 나는 계속 북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태양이 신기하게도 내 왼쪽에서만 계속 비췄다. 덕분에 내 왼 팔과 왼 다리만 익어버렸다. 베낭을 도중에 열기가 귀찮아 썬크림을 안 발랐더니 지금도 조금 따끔 거린다.

    기운을 내려고 노래도 부르고, 미친 놈 처럼 고함도 치면서 달렸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차가 쎄게 지나가면 기류의 영향으로 힘이 덜든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특히나 대형 트레일러는. 그런 차들의 도움을 받아 거의 평균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세번째 쉴 때, 집에 전화를 드렸다. 시차도 있고, 이동 중에 연락드리기가 힘들어 오랫만에 전화하는 거였다. 자세한 여행 이야기도 드리지 못하고 끊었다. 또 한 사람과 전화를 하는데 왜 그리 서러운지…
    다시 자전거를 타면서도 계속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출발 후 로마까지 1/4 지점에서 슈퍼마켓을 발견했는데, 바나나가 땡기길래 3개를 샀다.
    이곳은 슈퍼마켓하고 주유소 매점이나. PUB과 가격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콜라 캔이 슈퍼마켓에서는 0.5유로 정도 하는데 비해 PUB 에서는 2유로 정도 한다. 물도 그렇고… 무조건 슈퍼에서 사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슈퍼가 눈에 잘 안띈다. –;
    어디선가 바나나를 먹으며 자전거를 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체력이 많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로마에 거의 다 와가는 시점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그때부터는 그 전보다 발 놀림이 빠르고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로마에 입성. 절로 입이 벌어졌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로마 이정표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도중에 경찰이 위험하니 도시 안쪽길로 가라고 해서 돌아오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더 일찍 도착했을 텐데…

    테르미니역 주변에 한인 민박촌이 모여있다는 정보로 로마시내에서 GPS를 작동시켜 테르미니 역을 찾아갔다.
    도시간 이동에서는 이정표가 있으니 그나마 GPS가 필요 없지만 표지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도시 내에서 GPS는 정말 유익하다. 무리해서 장만해온 보람이 있다.
    정확한 주소를 몰라 인근을 두리번 거리는데, 한국인 처럼 보이는 할머니와 꼬마 둘이 지나갔다. 추측대로 한국인이었고 운이 좋게도 민박을 운영하시는 분이었다. 할머니는 잠시 가던 길을 돌려 나를 민박집에 데려다 주셨다.

    민박집 아주머니는 내가 도착하자 마자 밥을 한 양푼이나 내 주셨다. 김치에 고기 두가지 뿐이었지만 한 숟갈 한 숟갈 꿀 맛이었고 눈물이 핑 돌면서 입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9일만에 밥이다. 정신없이 물을 말아 3 사발을 해치우고 몸을 씻으니 여행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안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한인 민박의 특징은 또 인터넷을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밀린 사진과 여행기를 업로드 하였다.

    솔직히 오늘 기분은 어제의 그 참담함 과는 상반된다. 먼 거리를 주파했다는 것에 자신감도 붙고, 좀 활기차진 듯 하다. 오늘 밤, 아니 로마에 머무는 동안은 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내일은 로마 관광이네…

     
  • ukits 2004/09/09 04:39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04. 이탈리아 나폴리 

    diary – 4. Napoli

    2004년 09 월 06일 23:47 월 D+5 나폴리 호스텔

    바리에서 시작된 이탈리아의 않좋은 감정은 나폴리에서 극을 이룬다.
    개새끼들…

    환전을 위해 오전을 허비
    하루에 소비하는 돈이 너무 많다. 원래 계획 상으로 는 하루에 2-30유로만 써야하고 또, 자전거로 움직이기 때문에 교통비를 제하면 그것보다 더 적게 쓰는 날이 많아야 하는데, 거의 평균 50유로 정도를 쓰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간 두달은 커녕 한달도 채우지 못할 것 같다. 뭐 지금 심정으로는 한달도 머물기가 싫다.
    나폴리에 머문 이상 오늘 하루에 카프리와 폼페이를 모두 다녀오기기로 했다. 은행 문 여는 시간에 맞춰 호스텔을 나섰다. 현금이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는 은행마다 여행자 수표를 환전해주지 않았다. 5-6군데에 들렸으나 다 해주질 않았다. 개새끼들. 더군다나 은행에 들어가려면 사물함에 물건을 보관하고 원형으로 된 검사대에서 총이나 무기가 있는지 검사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했다. 확실히 총기강도는 없어지겠지만 출입도 자유롭고 개방적인 우리나라 은행과 비교가 됐다.
    결국 독일 은행에 들어가 물어보자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곤 앞사람을 기다리는데 그 사람이 동전을 지폐로 바꾸는데 거짐 1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직원놈은 결벽증이 있는지 뭔가 한가지 할 때마다 주변을 정리한다… 다른 환전소를 찾을까 하다가 누가 이기나 보자 하고 오기로 기다려봤다. 하지만 이런 오기를 부리면 결국엔 내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런 걸 잘 조절해야 하는데… 그래서 결국 점심 때가 다 되서야 환전을 하고 카프리행 배를 탈 수 있었다.
    섬은 워낙 배삯이 비싸서 왕복하면 돈이 많이 깨지기 때문에 계획상 안가려고 했다. 그래서 그리스에서도 애게헤에 가지 않았는데… 어제 만난 분의 적극적인 추천에 12유로를 주고 카프리로 향했다.
    카프리는 40분 거리의 작은 섬인데, 물이 정말 맑고, 휴양지의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푸른 동굴이라고 햇빛이 동굴에 비치면 비취빛으로 빛나는 곳이 있다. 섬을 한바퀴 도는 관광배를 탄다는 것이 반바퀴 도는 것을 잘못 타 (말/글이 안통하니…) 그곳을 구경하지 못했다. 하지만, 카프리 반바퀴만 해도 맑은 물과 멋진 경관을 구경할 수 있었다.
    폼페이로 가려면 나폴리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고, 소렌토로 가는 방법도 있는데, 가보지 않은 소렌토 쪽으로 가기로 하고, 남은 시간을 해변에서 보냈다.
    TV나 사진으로만 보던 속이 비치는 바다 –사실 많이 비치진 않았지만 — 에서 잠깐 수영을 했다. 짐은 해변에서 책을 보는 외국인에게 잠깐 맡겨 놓았다. 샤워시설 같은 것은 없었지만 수영을 하고 씻지 않아도 끈적이지 않는다.

    배를 타고 나온 소렌토는 항구에서 도시로 올라가는 길이 엄청 높은 절벽으로 되어있는데 꽤 장관이다. 항구에 내려 절벽을 올라가는 버스를 타고 역에가 폼페이로 가는 사철을 탔다. 사철은 유레일이 적용 안되는 우리나라 지하철 같은 기차이다.
    기차에서 트럼펫을 멋지게 연주하는 남자와 템버린을 치는 여자 악단(?)을 만났다. 의외로 이런 것이 통하나 보다.

    로마시대 귀족들의 휴양지였다던 폼페이는 생각 한 것 보다 훨씬 컸다. 그 오래 전에 수도관을 만들고, 돌로 마차 길을 만들어 유흥을 즐긴 로마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천벌을 받아 화산 폭발로 잿더미가 됐지만…
    넓은 구역 탓인지 전화기 같은 무선 음성 안내기가 있어 각 구역을 지날 때마다 안내를 해주는 장치를 입구에서 빌려주는데, 이런 것은 우리나라 민속촌, 박물관 같은 곳에도 적용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곽을 따라 돌다가 한국인을 만났다. –이름은 잘 안 물어 본다– 먼저 말을 걸었는데, 스물 아홉살로 나와 비슷하게 일하다가 때려 치우고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을 간단히 돌고 이집트로 간다고 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는데, 여행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았다. 같이 폼페이 넓은 구역을 헤메이다 나와서는 그 분은 유레일 적용이 되는 국철을 타고, 나는 플렉시 패스이기 때문에 사철을 타고 나폴리로 돌아가 다시 만나서 같이 저녁을 하기로 하였는데 시간이 엇갈렸는지 결국 만나지 못했다.
    역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혼자 자전거를 묶어 두었던 카프리행 선착장 까지 걸어왔다. 소매치기도 많고 위험하다는 이탈리아에서 다행히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다.
    오보 성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저녁으로 먹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거랑 많이 차이가 났다. 가격도 많이 차이가 났다. –; 스파게티와 콜라 가격으로 11.5?? 를 내려 하니 서비스 요금이 포함된 13?? 짜리 계산서를 가져다 줬다. 이런게 문화의 차이구나…

    결국 이렇게 호스텔에 돌아오니 늦은 저녁이 되어 내가 묶는 6인실에 불이 이미 꺼져 있었다. 그래도 하루 중 가장 마음이 편한 시간이다.
    어둠 속에서 간단히 빨래와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이탈리아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다. 그런 마음이 더해질 수록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커진다.
    짜증나고 피곤한 하루 였지만 빡빡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렸네. 이것이 장기간 해외 여행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입장료가 만원, 오천원 하거나 어떤 관광 상품이 2만원이다 이런 식이면 안가고/안타고 마는데, 일단 현금이 많이 있고, 단위 환산에 있어서 피부에 와 닿는 부담이 적기 때문에 서스름 없이 돈을 써버리는 것 같다.
    또 이곳은 뭐 한가지르 하려 해도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버스비, 배삯, 입장료, 관람료, 기차비 등등…
    솔직히 우리나라 문화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단지 가까이에서 못 보는 유명한 것들을 본다는데 의미가 있는거지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실망과 회의가 크다.

     
  • ukits 2004/09/09 04:38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03. 이탈리아 바리 

    diary – 3. Bari

    거대한 블루스타 페리호에서 깜깜한 밤바다를 달리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했다. 거의 동이 틀 무렵에 잠에서 깨었는데, 긴팔 츄리닝을 입고 잤는데도 너무 추웠다. 하는 수없이 판쵸우의를 꺼내 덮었다. 침낭은 펼치면 넣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금 지나자 승무원이 “바리! 바리!” 하면서 깨웠다. 드디어 이태리 도착이다!
    배에서 썼던 물건들을 다시 싸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마사미는 블루스타 페리에서 연계로 제공하는 로마 행 할인 버스를 타겠다고 일찍 Reception 으로 떠났다. 배는 자전거를 분해하지 않고 실었기 때문에 바로 타고 항구로 내려올 수 있었다.

    길치 변성욱이 길을 안 헤매면 안되지! 헤메이다 바리 기차역을 찾았다. 아침이 됐는데도 어째 거리가 한산하다 했더니 불행히도 오늘이 일요일인 것이다. 인포메이션도 문을 닫고 모든게 평화(?)롭기만 하다.

    기차역 안의 인포메이션에 들어가니 커다란 등치의 아저씨가 바리의 지도랑 이탈리아의 철도 노선도를 복사해줬다. 덤덤한 표정에 그래도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데 난 아직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라고 영어로도, 이탈리아어로도 할 줄 모른다. –;

    원래 오늘부터 자전거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기차가 날 유혹했다. 궂이 핑계를 대자면 갈 길에 산이 있었던 것이다.
    내 의지는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는 산에 의해 꺾여버렸다.
    다시 역 인포메이션으로 가 나폴리행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15시 출발 유로스타를 구입했다. 유로스타는 유레일 패스가 있어도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 예약료인가 뭔가로…
    어딜 가나 자전거가 문제다. 유로스타에는 분해해서 짐으로 싣고 갈 수 있다.

    기차 시간 까지 많이 남아서, 바리 시내를 천천히 돌아보고자 자전거로 길을 나섰다. 왠 자전거 무리가 이곳저곳에 멈춰 투어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처음엔 그냥 웃으며 지나쳤는데 모퉁이를 돌자 다른 자전거 팀이 또 보였다.
    가이드 북 어디선가 도시 내를 자전거로 관광하는 상품을 보았는데 그건가 싶어 꼬리로 따라 붙었다. 한 명을 붙잡고 물어보니 자기들 배에서 마련한 여행상품인데 따라가도 될른지는 리더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가이드로 보이는 맨 앞 사람에게 가서 한국에서 온 여행자인데 따라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의외로 반기며 흔쾌히 승락했다.
    그들을 따라 바리 시내를 돌다가 약 30km 거리인 torre a mare 해안까지 따라 갔는데, 팀리더들과 같이 앉아 젤라띠라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일인인데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대여섯명이서 나에게 관심을 갖고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이 사람들은 독일 AIDA라는 여행사에서 마련한 선박 팩키지 상품의 가이드들로 자기 손님들을 이꼴고 자신들이 정박한 항구를 소개하면서 돌아다니는데, 다들 자전거에 조예가 있어 근육이 우락부락하고 아주 활기차 보였다. 나는 정말 운 좋게 이들을 만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torre a mare에는 와보지도 못했겠지. 이게 가이드 투어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그들을 따라서 바리 시내로 들어와 항구에 들어가서 그들과 헤어졌다. 내가 따라갔던 팀리더는 AIDA로고가 박힌 물통을 선뜻 건네주면서 기억해달라고 했다.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지.
    이 팀을 만난 것이 정말 기뻣다. 시간을 때우거나 그런 것 보다도 의미있는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이었다.

    승차 두어시간 전, 역 인근 공원에 앉아 손톱도 깎고 한적한 시간을 보냈다. 그저 한숨만 나온다. 나와의 싸움은 온데간데 없고 현실과 타협하는 예전 그대로의 변성욱씨가 있을 뿐이다.

    출발 30분전 역에 돌아와 자전거를 분해해 가방에 넣고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열차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레일의 시작! 좀 어리버리 했다.
    이탈리아는 그리스와는 틀리게 젊은 사람들이 이방인에게 친절하지가 않다. 영어도 잘 안통하고 자전거를 따로 싣는 곳이 없어 고생했는데 화장실 옆에 길고 큰 짐을 넣을 수 있는 칸들이 여러개 있었다. 그곳에 자전거를 넣고, 이탈리아를 횡단했다.

    Caserta 에서 Napoli 로 가는 두량 짜리 시골열차로 갈아타고 나폴리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였뉘였 지고 있었다.
    역시 주차장 한켠에서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으니 개를 안은 아저씨가 구경하길래 웃어주었다.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에게 웃는 것 보다 좋은 인사는 없는 것 같다. 그 아저씨는 내가 자전거 조립하는 것을 도와주더니, 예전에는 자기도 자전거를 탔었는데 갈비뻐를 다쳐서 지금은 못탄다고 몸짓으로 이야기했다. 신기하게도 난 알아먹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고마운 사람들이다.

    진가를 발휘하는 GPS
    나폴리의 도로는 벽돌과 넓찍한 돌들로 되어 있는 곳이 많은데, 자전거에겐 많이 불편하다.
    PDA에 GPS를 작동시켰다. 그리스는 지도 프로그램에서 지원하질 않고, 원래 계획은 바리가 아니고 브린디쉬 였기 때문에 바리 지도를 저장해 오지 안았다. 나폴리부터 GPS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스호스텔 주소의 거리 이름을 입력하니 단박에 가르쳐 준다. 물론 현재 위치와 함께. GPS가 가리키는 방향 대로 해안을 따라 기차역 반대편 외곽으로 항했다. 더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해안으로 쏟아져 나와 북적대고 차도는 주차장이나 다름이 없어보인다.
    많은 연인들이 해안가 난간에 기대어 애정행각을 벌이는데 키스는 그냥 기본이다. 괜히 외로워졌다…

    호스텔 근처에 다와서는 친구들과 예기 중이던 할아버지께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자, 정말 고맙게도 호스텔이 보이는 곳 까지 날 데리고가 손가락으로 가리켜준다. 비록 말은 한마디도 안했지만 너무 고마워서 고개를 크게 숙여 인사를 했다.

    나폴리 호스텔은 나폴리의 인상에 비해 크고 깨끗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다만 늦게 도착한 관계로 도미토리 보다 2유로 비싼 더블 룸에 여정을 풀었다.
    어제 배에서도 겨우 수건으로 닦기만 했는데, 샤워를 하니 살 것 같다.

    목이 말라 로비에 내려갔는데, 동양인이 보이길래 음료수를 뽑고 짐을 보니 한글 가이드 북이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을 만난건 처음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거의 한시간 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는 이제 로마에서 여정이 끝나는데, 내가 자전거로 올라갈 예정이라 했더니 불가능하다고 했다. 기차에서 잠을 자면서 체력을 비축해도 이것저것 보러다니기 귀찮아지는데, 자전거로 이동하면 오죽하겠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난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거니까. 참고는 해야지. 나보다 여행 선배인데…
    이야기 도중 나폴리가 너무 좋아 하루 더 묶을 예정이라는 한국 여자 분도 만났다.
    뭐… 여행의 묘미라면 경치나 유물들을 감상하는 것 이외에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있겠지.
    오늘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정이다… 내일은 나폴리 관광이다.

     
  • ukits 2004/09/09 04:37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02. 그리스 파트라스 

    diary – 2. Patras
    2004년 9월 3일 금 14:40 D+2
    On the bus form Athens to Patras

    유스호스텔에서 잠을 깬 시간은 아침 9시였는데 같은 방 일본인 친구들은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은 제공이라고 해서 로비로 내려갔더니 일본 룸메이트가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그냥 제공이 아니고 음식기구를 제공이란다. 미처 준비를 못해 당황하고 있는데, 같이 먹자고 한다. 정말 고마웠다. 자전거를 타니 힘 내라고 자기 보다 날 더 많이 준다. 그래서 난 미트볼 통조림을 하나 사와서 같이 먹었다.
    그 친구는 식사 후 파트라스 행 열차 시간에 맞춰 급히 나가고 난 오모니아 인근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부쳤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 들렀던 호스텔 근처의 PC방(컴퓨터 3대–;)에서 사진과 여행기를 올렸다. 다른 곳의 인터넷이 어떤진 몰라도 속도가 50kb/s 정도 나와 사진을 올리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사진은 한장에 거의 500kb. 일어서는데 주인 아저씨가 혹시 나중에 필요할지 모르니 내가 썼던 PDA연결 프로그램을 다른 두 자리에도 깔아달라한다. 깔아줬다… 워드를 어떤 프로그램(Wordpad ^^)에서 치는지도 알려 줬다. 호스텔에 돌아와 나도 짐을 쌌다. 파트라스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체크아웃 후, 길을 헤메고 있던 중, 회단보도를 건너다가 오도바이 아저씨가 신호를 보지 못했는지 급히 브레이크를 잡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져 버렸다. 넘어진 오도바이가 내자전거 앞바퀴를 치고 지나갔지만 다행히 나는 다치지 않았다.
    넘어진 아저씨는 정신이 없고 팔에서 피가 났다. 응급약을 챙기길 잘 했지. 내가 아닌 남에게 먼저 쓸 줄이야. 마데카솔을 뿌려주고 휴지를 건네주었다. 아저씨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여행객이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광주 바닥 어디에서 다친 사람을 보더라도 내가 할수 있는 건 119를 부르는 것 밖에 없었을 테니까… 가능하면 평소에도 비상약을 챙겨 가지고 다녀야겠다.

    몇 번을 더 헤멘 끝에 파트라스행 버스가 떠나는 터미널에 도착했다. 앞쪽에서 바람이 불어 매우 힘들었다. 헥헥.
    사람이 붐비는 곳이라 그런지 표 끊는 곳에서도, 상점에서도 덜 친절하다.
    자전거를 약식(페달과 핸들을 빼지 않아 부피가 크지만 다시 조립이 간편하다.)으로 분리해 가방에 넣고 버스에 올랐다. 내 짐이 너무 커 걱정을 했는데 내 자전거만 한 짐들도 많이 있어서 안심했다.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 지나갈 때도 자전거를 분해할때도… 부담스럽다. 거꾸로 생각해 본다. 광주터미널에서 차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말레이시아 청년이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면 그만한 볼거리가 어디있을까? 하하!
    이젠 더 철판을 깔고 좀 더 웃고 더 적극적으로 부딪혀야겠다.

    이거 쓰는데 한시간 걸렸네. 한숨 자야겠다. 내리면 점심부터 먹어야지. 흐흐

    아테네에서 느낀 점
    젊은이들은 영어, 그리스어 섞어서 해도 알아 먹겠는데 중년 이상이 넘어가면 소통이 힘들다.

    오토바이가 상당히 많다. 거구의 아저씨들도 텍트 크기의 스쿠터를 탄다. 젊은이 들은 보기만 해도 멋진 오토바이를 타는데 연인끼리 타는 경우가 많다.

    21:49 in Patras hostel

    파트라스는 바다와 맏닿아있고 길게 생긴 도시인데, 자전거로 돌아보니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이곳이 배로 그리스에서 이태리 브린디시나 바리에 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붐비는 것 같다.
    터미널 옆의 광장 인포메이션에서 지도와 정보를 얻고, 야외식당에서 점심겸 저녁으로 양고기와 감자 튀김을 먹었다. 마실 것은 없냐는 질문에 노땡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가판대에서 60센트유로 정도 하는 콜라가 2유로라니… 식사를 마치고 가다 사먹어야지. 하지만 식사하면서 계속 목이 메었다. 먼저 한 캔 하고 올걸. ^^
    해안가를 따라 올라간 곳의 호스텔은 상당히 고풍적인데다 넓은 정원이 있다. 고풍적이라 함은 꾸질꾸질하다는 것. –; 집이 넓어 심심풀이땅콩으로 호스텔 일을 하는 듯 하다, 쥔장 부부와 친구들이 입구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대진운이 않좋다고 할 수 밖에… 같이 방을 쓰는 두 명 중 한 명이 영어를 못하는 프랑스 아저씨다. 몸짓손짓으로 파트라스에서 5일을 보낼꺼고 3일 남았다는 것 까지는 알아 냈는데 왜 왔는지 까지는 무리였다. 표현할 길이 없다. 다른 한명은 독일인이라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막 돌아왔는데 통성명만하고 역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군… 그 사람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는거나 내가 프랑스어를 봉쥬르 밖에 모르는 거나 뭐… 똑같지.

    짐을 풀고 어두워진 후에 등대에 다녀왔다. 등대 본연의 기능 보다는 휴양소의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나와 여름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내일 저녁 6시에 이태리 바리로 가는페리를 타기로 하고, 일찍 일어나 차로 1시간 거리인 올림피아에 짐을 놔두고 자전거로 다녀올 생각이다. 제우스 신전이 있거든. 도시 내에서는 자전거가 좋지만 도시 간 이동은 고역이다. 고속도로는 못 가고, 파트라스에서 올림피아까지 직선길은 산이고… 해안을 따라 내려가 보는 수 밖에.

    • 또 다른 나의 생각

    여기에도 한국 차가 많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고 경차위주다. 이름이 조금 틀리다. ATOZ는 ATOS, Tiburon이 Coupe 등… ELANTRA가 붙은 아반떼XD도 봤다. –;
    앞서 말했듯이 오토바이가 상당히 많고, 자전거는 가끔 보일 뿐이다.
    운전하는 남자와 등이 훤히 들어나는 옷을 입은 여자가 탄 오도바이를 뒤따라가는건 이제 신기하지도 않다. 단지 화가 날 뿐이다. ㅋㅋ
    우리나라가 물에 대해 정말 관대한 것이다. 우체국 같은 관공서에는 우리처럼 정수기가 없다.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이곳에서 정수기 장사하면 망할 것이다. 낮엔 사람들이 물통을 하나씩 다 들고다닌다. 날씨가 더워서 갈증이 많이 나니 어쩔 수가 없다. 나도 음료수 많이 사먹었지. 부작용으로 배가 고프지 않아 끼니를 놓친다는 것이다.

    9월 4일 22:58 바리로 가는 배

    아침에 일찍 눈을 뜨긴 했는데, 편두통이 느껴졌다. 두어달에 한번씩 오는 증상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날 좀 비정상적으로 무리를 했거나 그런 날 이런 증상이 생기는 듯하다. 누운 체로 뒷골을 좀 주무르고 좀 정신이 들 때까지 누워있다보니 10시 가까이 되버렸다. 자전거로 올림피아에 가기로 한 계획은 취소될 수 밖에. 10시 30분에 체크아웃해야 되기 때문에 아프지만 그래도 이동을 시작했다. 호스텔에 자전거와 베낭을 맡기고 버스로 올림피아로 향했다.
    올림피아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로 성화가 체화되는 곳이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제우스 신상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누가 가져가서 없단다.)
    시간이 좀 빠듯했지만, 오늘 밤에 있는 페리를 타고 이태리 바리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얼른 보고 오기로 했다.
    파트라스에서 피르고스 까지 가이드북에 나온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는 바람에 피르고스에서 올림피아 입구까지 갔다가 그냥 다시 되돌아 오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단 무리해서 올림피아 까지 갔는데 저녁에 출발하는 페리 시간을 맞추려면 바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야하는 것이다. 입구에서 사진 한 장만 찍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돌아오고나니 페리는 또 두시간 뒤에 거만 있다하네…
    그리스에서 하루 더 묶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일정을 그렇게 잡았건만 죽도밥도 안되고 결국 이렇게 그리스를 떠나버리게 되 무척 아쉽다. 아예 하루 묶을 폭 잡고 진행했더라면 올림피아도 구경하고 지금 같은 배에 타고 있을 텐데… 이것도 소심한 성격 탓인가?

    어쨌든 오늘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긴 시간동안 내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올림피아는 나에겐 미지의 세계로 계속 안타까워 할 것 같다.

    파트라스로 돌아와 페리 표를 구입하는데 나와 이태리 바리까지의 일정이 같은 일본 여자 마사미를 만났다. 혼자 올림픽을 보러온 용감한 여자였다. 같이 역에 가서 유레일 확인 일자를 받고, 좀있다 배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호스텔에 짐을 가지러 들리니 말 안통하는 독일인, 프랑스인 룸메이트가 정원에 앉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오면서 “이태리 바리! 굳바이!” 하니까 그건 알아 듣고 정답게 손을 흔들어준다. 그래도 같이 잠잔 정이란게 이런 걸까? ^^

    샌드위치를 저녁으로 사먹었는데 햄버거를 두개 붙여놓은 것 만한 빵에 들어가는 고기나 셀러드 별로 .50 유로 씩 추가된다, 이것저것 고르다보니 3.50유로 짜리 샌드위치가 되었다. 하지만, 맛있고 양도 많았다.
    항구 앞에 터미널에서 음료수를 사고 집에 전화를 드리고 조금 일찍 배에 오르려고 갔더니, 바리로 가는 짐(내 자전거)은 바리 나중에 들르는 아콘다 짐이 다 실린 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그 앞에 앉아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다. 젠장… 올림피아 생각이 간절하다.
    배가 어찌나 크던지 컨테이너를 옮기는 차 수십대가 들어간다.
    결국 배에 올랐으나 추가요금을 내야 방이나 침대 칸을 쓸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바깥이 보이는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한다. 다행히 의자가 벤치 형식으로 길게 생겨 누워 잘 수 는 있겠다.
    마사미랑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육상 전공인데 올림픽 육상경기를 보러 혼자 왔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자 보름 정도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간다 했다. 대단하다. 여자가 혼자… 일본인들은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광적인 뭔가가 있나보다.
    마사미 그리스 친구가 싸줬다는 닭고기에 어머니가 싸주신 고추장볶음을 내놓고 같이 먹었다. “홋 벗 굿hot but good”이란다. –;

    지금도 머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오늘은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은 괜찮을 것이다. 정말 내일 부터는 원래 계획한 대로 자전거로 나폴리 까지 가는 것이다! 도착 예정시간은 아침 7:30 이다. 화이팅

     
  • ukits 2004/09/09 04:34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며칠만인지… 

    성우야, 집에 별일 없지?
    아테네에서 인터넷 하고 난 후에 인터넷을 쓸 수 있을만 한 곳이 없었다.
    전화 카드를 넣고 시간제로 쓰는 곳도 있고, 인터넷은 되는데 익스플로러만 뜨게 해놓은 곳도 많어. 우리나라 인터넷이 정말 빠르다. 졸라 느려 여긴 ^^
    오늘 로마에 입성했다. 큰 도시 답게 한국 민박집이 있어서 이렇게 인터넷을 편하게 하는 구나. 푹 눌러 앉아 버릴까나…
    사진 올렸으니 구경해. 부모님도 보여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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