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그리스 파트라스

diary – 2. Patras
2004년 9월 3일 금 14:40 D+2
On the bus form Athens to Patras

유스호스텔에서 잠을 깬 시간은 아침 9시였는데 같은 방 일본인 친구들은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은 제공이라고 해서 로비로 내려갔더니 일본 룸메이트가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그냥 제공이 아니고 음식기구를 제공이란다. 미처 준비를 못해 당황하고 있는데, 같이 먹자고 한다. 정말 고마웠다. 자전거를 타니 힘 내라고 자기 보다 날 더 많이 준다. 그래서 난 미트볼 통조림을 하나 사와서 같이 먹었다.
그 친구는 식사 후 파트라스 행 열차 시간에 맞춰 급히 나가고 난 오모니아 인근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부쳤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 들렀던 호스텔 근처의 PC방(컴퓨터 3대–;)에서 사진과 여행기를 올렸다. 다른 곳의 인터넷이 어떤진 몰라도 속도가 50kb/s 정도 나와 사진을 올리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사진은 한장에 거의 500kb. 일어서는데 주인 아저씨가 혹시 나중에 필요할지 모르니 내가 썼던 PDA연결 프로그램을 다른 두 자리에도 깔아달라한다. 깔아줬다… 워드를 어떤 프로그램(Wordpad ^^)에서 치는지도 알려 줬다. 호스텔에 돌아와 나도 짐을 쌌다. 파트라스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체크아웃 후, 길을 헤메고 있던 중, 회단보도를 건너다가 오도바이 아저씨가 신호를 보지 못했는지 급히 브레이크를 잡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져 버렸다. 넘어진 오도바이가 내자전거 앞바퀴를 치고 지나갔지만 다행히 나는 다치지 않았다.
넘어진 아저씨는 정신이 없고 팔에서 피가 났다. 응급약을 챙기길 잘 했지. 내가 아닌 남에게 먼저 쓸 줄이야. 마데카솔을 뿌려주고 휴지를 건네주었다. 아저씨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여행객이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광주 바닥 어디에서 다친 사람을 보더라도 내가 할수 있는 건 119를 부르는 것 밖에 없었을 테니까… 가능하면 평소에도 비상약을 챙겨 가지고 다녀야겠다.

몇 번을 더 헤멘 끝에 파트라스행 버스가 떠나는 터미널에 도착했다. 앞쪽에서 바람이 불어 매우 힘들었다. 헥헥.
사람이 붐비는 곳이라 그런지 표 끊는 곳에서도, 상점에서도 덜 친절하다.
자전거를 약식(페달과 핸들을 빼지 않아 부피가 크지만 다시 조립이 간편하다.)으로 분리해 가방에 넣고 버스에 올랐다. 내 짐이 너무 커 걱정을 했는데 내 자전거만 한 짐들도 많이 있어서 안심했다.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 지나갈 때도 자전거를 분해할때도… 부담스럽다. 거꾸로 생각해 본다. 광주터미널에서 차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말레이시아 청년이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면 그만한 볼거리가 어디있을까? 하하!
이젠 더 철판을 깔고 좀 더 웃고 더 적극적으로 부딪혀야겠다.

이거 쓰는데 한시간 걸렸네. 한숨 자야겠다. 내리면 점심부터 먹어야지. 흐흐

아테네에서 느낀 점
젊은이들은 영어, 그리스어 섞어서 해도 알아 먹겠는데 중년 이상이 넘어가면 소통이 힘들다.

오토바이가 상당히 많다. 거구의 아저씨들도 텍트 크기의 스쿠터를 탄다. 젊은이 들은 보기만 해도 멋진 오토바이를 타는데 연인끼리 타는 경우가 많다.

21:49 in Patras hostel

파트라스는 바다와 맏닿아있고 길게 생긴 도시인데, 자전거로 돌아보니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이곳이 배로 그리스에서 이태리 브린디시나 바리에 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붐비는 것 같다.
터미널 옆의 광장 인포메이션에서 지도와 정보를 얻고, 야외식당에서 점심겸 저녁으로 양고기와 감자 튀김을 먹었다. 마실 것은 없냐는 질문에 노땡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가판대에서 60센트유로 정도 하는 콜라가 2유로라니… 식사를 마치고 가다 사먹어야지. 하지만 식사하면서 계속 목이 메었다. 먼저 한 캔 하고 올걸. ^^
해안가를 따라 올라간 곳의 호스텔은 상당히 고풍적인데다 넓은 정원이 있다. 고풍적이라 함은 꾸질꾸질하다는 것. –; 집이 넓어 심심풀이땅콩으로 호스텔 일을 하는 듯 하다, 쥔장 부부와 친구들이 입구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대진운이 않좋다고 할 수 밖에… 같이 방을 쓰는 두 명 중 한 명이 영어를 못하는 프랑스 아저씨다. 몸짓손짓으로 파트라스에서 5일을 보낼꺼고 3일 남았다는 것 까지는 알아 냈는데 왜 왔는지 까지는 무리였다. 표현할 길이 없다. 다른 한명은 독일인이라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막 돌아왔는데 통성명만하고 역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군… 그 사람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는거나 내가 프랑스어를 봉쥬르 밖에 모르는 거나 뭐… 똑같지.

짐을 풀고 어두워진 후에 등대에 다녀왔다. 등대 본연의 기능 보다는 휴양소의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나와 여름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내일 저녁 6시에 이태리 바리로 가는페리를 타기로 하고, 일찍 일어나 차로 1시간 거리인 올림피아에 짐을 놔두고 자전거로 다녀올 생각이다. 제우스 신전이 있거든. 도시 내에서는 자전거가 좋지만 도시 간 이동은 고역이다. 고속도로는 못 가고, 파트라스에서 올림피아까지 직선길은 산이고… 해안을 따라 내려가 보는 수 밖에.

  • 또 다른 나의 생각

여기에도 한국 차가 많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고 경차위주다. 이름이 조금 틀리다. ATOZ는 ATOS, Tiburon이 Coupe 등… ELANTRA가 붙은 아반떼XD도 봤다. –;
앞서 말했듯이 오토바이가 상당히 많고, 자전거는 가끔 보일 뿐이다.
운전하는 남자와 등이 훤히 들어나는 옷을 입은 여자가 탄 오도바이를 뒤따라가는건 이제 신기하지도 않다. 단지 화가 날 뿐이다. ㅋㅋ
우리나라가 물에 대해 정말 관대한 것이다. 우체국 같은 관공서에는 우리처럼 정수기가 없다.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이곳에서 정수기 장사하면 망할 것이다. 낮엔 사람들이 물통을 하나씩 다 들고다닌다. 날씨가 더워서 갈증이 많이 나니 어쩔 수가 없다. 나도 음료수 많이 사먹었지. 부작용으로 배가 고프지 않아 끼니를 놓친다는 것이다.

9월 4일 22:58 바리로 가는 배

아침에 일찍 눈을 뜨긴 했는데, 편두통이 느껴졌다. 두어달에 한번씩 오는 증상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날 좀 비정상적으로 무리를 했거나 그런 날 이런 증상이 생기는 듯하다. 누운 체로 뒷골을 좀 주무르고 좀 정신이 들 때까지 누워있다보니 10시 가까이 되버렸다. 자전거로 올림피아에 가기로 한 계획은 취소될 수 밖에. 10시 30분에 체크아웃해야 되기 때문에 아프지만 그래도 이동을 시작했다. 호스텔에 자전거와 베낭을 맡기고 버스로 올림피아로 향했다.
올림피아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로 성화가 체화되는 곳이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제우스 신상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누가 가져가서 없단다.)
시간이 좀 빠듯했지만, 오늘 밤에 있는 페리를 타고 이태리 바리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얼른 보고 오기로 했다.
파트라스에서 피르고스 까지 가이드북에 나온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는 바람에 피르고스에서 올림피아 입구까지 갔다가 그냥 다시 되돌아 오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단 무리해서 올림피아 까지 갔는데 저녁에 출발하는 페리 시간을 맞추려면 바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야하는 것이다. 입구에서 사진 한 장만 찍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돌아오고나니 페리는 또 두시간 뒤에 거만 있다하네…
그리스에서 하루 더 묶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일정을 그렇게 잡았건만 죽도밥도 안되고 결국 이렇게 그리스를 떠나버리게 되 무척 아쉽다. 아예 하루 묶을 폭 잡고 진행했더라면 올림피아도 구경하고 지금 같은 배에 타고 있을 텐데… 이것도 소심한 성격 탓인가?

어쨌든 오늘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긴 시간동안 내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올림피아는 나에겐 미지의 세계로 계속 안타까워 할 것 같다.

파트라스로 돌아와 페리 표를 구입하는데 나와 이태리 바리까지의 일정이 같은 일본 여자 마사미를 만났다. 혼자 올림픽을 보러온 용감한 여자였다. 같이 역에 가서 유레일 확인 일자를 받고, 좀있다 배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호스텔에 짐을 가지러 들리니 말 안통하는 독일인, 프랑스인 룸메이트가 정원에 앉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오면서 “이태리 바리! 굳바이!” 하니까 그건 알아 듣고 정답게 손을 흔들어준다. 그래도 같이 잠잔 정이란게 이런 걸까? ^^

샌드위치를 저녁으로 사먹었는데 햄버거를 두개 붙여놓은 것 만한 빵에 들어가는 고기나 셀러드 별로 .50 유로 씩 추가된다, 이것저것 고르다보니 3.50유로 짜리 샌드위치가 되었다. 하지만, 맛있고 양도 많았다.
항구 앞에 터미널에서 음료수를 사고 집에 전화를 드리고 조금 일찍 배에 오르려고 갔더니, 바리로 가는 짐(내 자전거)은 바리 나중에 들르는 아콘다 짐이 다 실린 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그 앞에 앉아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다. 젠장… 올림피아 생각이 간절하다.
배가 어찌나 크던지 컨테이너를 옮기는 차 수십대가 들어간다.
결국 배에 올랐으나 추가요금을 내야 방이나 침대 칸을 쓸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바깥이 보이는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한다. 다행히 의자가 벤치 형식으로 길게 생겨 누워 잘 수 는 있겠다.
마사미랑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육상 전공인데 올림픽 육상경기를 보러 혼자 왔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자 보름 정도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간다 했다. 대단하다. 여자가 혼자… 일본인들은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광적인 뭔가가 있나보다.
마사미 그리스 친구가 싸줬다는 닭고기에 어머니가 싸주신 고추장볶음을 내놓고 같이 먹었다. “홋 벗 굿hot but good”이란다. –;

지금도 머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오늘은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은 괜찮을 것이다. 정말 내일 부터는 원래 계획한 대로 자전거로 나폴리 까지 가는 것이다! 도착 예정시간은 아침 7:30 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