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이탈리아 나폴리

diary – 4. Napoli

2004년 09 월 06일 23:47 월 D+5 나폴리 호스텔

바리에서 시작된 이탈리아의 않좋은 감정은 나폴리에서 극을 이룬다.
개새끼들…

환전을 위해 오전을 허비
하루에 소비하는 돈이 너무 많다. 원래 계획 상으로 는 하루에 2-30유로만 써야하고 또, 자전거로 움직이기 때문에 교통비를 제하면 그것보다 더 적게 쓰는 날이 많아야 하는데, 거의 평균 50유로 정도를 쓰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간 두달은 커녕 한달도 채우지 못할 것 같다. 뭐 지금 심정으로는 한달도 머물기가 싫다.
나폴리에 머문 이상 오늘 하루에 카프리와 폼페이를 모두 다녀오기기로 했다. 은행 문 여는 시간에 맞춰 호스텔을 나섰다. 현금이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는 은행마다 여행자 수표를 환전해주지 않았다. 5-6군데에 들렸으나 다 해주질 않았다. 개새끼들. 더군다나 은행에 들어가려면 사물함에 물건을 보관하고 원형으로 된 검사대에서 총이나 무기가 있는지 검사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했다. 확실히 총기강도는 없어지겠지만 출입도 자유롭고 개방적인 우리나라 은행과 비교가 됐다.
결국 독일 은행에 들어가 물어보자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곤 앞사람을 기다리는데 그 사람이 동전을 지폐로 바꾸는데 거짐 1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직원놈은 결벽증이 있는지 뭔가 한가지 할 때마다 주변을 정리한다… 다른 환전소를 찾을까 하다가 누가 이기나 보자 하고 오기로 기다려봤다. 하지만 이런 오기를 부리면 결국엔 내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런 걸 잘 조절해야 하는데… 그래서 결국 점심 때가 다 되서야 환전을 하고 카프리행 배를 탈 수 있었다.
섬은 워낙 배삯이 비싸서 왕복하면 돈이 많이 깨지기 때문에 계획상 안가려고 했다. 그래서 그리스에서도 애게헤에 가지 않았는데… 어제 만난 분의 적극적인 추천에 12유로를 주고 카프리로 향했다.
카프리는 40분 거리의 작은 섬인데, 물이 정말 맑고, 휴양지의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푸른 동굴이라고 햇빛이 동굴에 비치면 비취빛으로 빛나는 곳이 있다. 섬을 한바퀴 도는 관광배를 탄다는 것이 반바퀴 도는 것을 잘못 타 (말/글이 안통하니…) 그곳을 구경하지 못했다. 하지만, 카프리 반바퀴만 해도 맑은 물과 멋진 경관을 구경할 수 있었다.
폼페이로 가려면 나폴리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고, 소렌토로 가는 방법도 있는데, 가보지 않은 소렌토 쪽으로 가기로 하고, 남은 시간을 해변에서 보냈다.
TV나 사진으로만 보던 속이 비치는 바다 –사실 많이 비치진 않았지만 — 에서 잠깐 수영을 했다. 짐은 해변에서 책을 보는 외국인에게 잠깐 맡겨 놓았다. 샤워시설 같은 것은 없었지만 수영을 하고 씻지 않아도 끈적이지 않는다.

배를 타고 나온 소렌토는 항구에서 도시로 올라가는 길이 엄청 높은 절벽으로 되어있는데 꽤 장관이다. 항구에 내려 절벽을 올라가는 버스를 타고 역에가 폼페이로 가는 사철을 탔다. 사철은 유레일이 적용 안되는 우리나라 지하철 같은 기차이다.
기차에서 트럼펫을 멋지게 연주하는 남자와 템버린을 치는 여자 악단(?)을 만났다. 의외로 이런 것이 통하나 보다.

로마시대 귀족들의 휴양지였다던 폼페이는 생각 한 것 보다 훨씬 컸다. 그 오래 전에 수도관을 만들고, 돌로 마차 길을 만들어 유흥을 즐긴 로마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천벌을 받아 화산 폭발로 잿더미가 됐지만…
넓은 구역 탓인지 전화기 같은 무선 음성 안내기가 있어 각 구역을 지날 때마다 안내를 해주는 장치를 입구에서 빌려주는데, 이런 것은 우리나라 민속촌, 박물관 같은 곳에도 적용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곽을 따라 돌다가 한국인을 만났다. –이름은 잘 안 물어 본다– 먼저 말을 걸었는데, 스물 아홉살로 나와 비슷하게 일하다가 때려 치우고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을 간단히 돌고 이집트로 간다고 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는데, 여행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았다. 같이 폼페이 넓은 구역을 헤메이다 나와서는 그 분은 유레일 적용이 되는 국철을 타고, 나는 플렉시 패스이기 때문에 사철을 타고 나폴리로 돌아가 다시 만나서 같이 저녁을 하기로 하였는데 시간이 엇갈렸는지 결국 만나지 못했다.
역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혼자 자전거를 묶어 두었던 카프리행 선착장 까지 걸어왔다. 소매치기도 많고 위험하다는 이탈리아에서 다행히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다.
오보 성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저녁으로 먹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거랑 많이 차이가 났다. 가격도 많이 차이가 났다. –; 스파게티와 콜라 가격으로 11.5?? 를 내려 하니 서비스 요금이 포함된 13?? 짜리 계산서를 가져다 줬다. 이런게 문화의 차이구나…

결국 이렇게 호스텔에 돌아오니 늦은 저녁이 되어 내가 묶는 6인실에 불이 이미 꺼져 있었다. 그래도 하루 중 가장 마음이 편한 시간이다.
어둠 속에서 간단히 빨래와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이탈리아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다. 그런 마음이 더해질 수록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커진다.
짜증나고 피곤한 하루 였지만 빡빡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렸네. 이것이 장기간 해외 여행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입장료가 만원, 오천원 하거나 어떤 관광 상품이 2만원이다 이런 식이면 안가고/안타고 마는데, 일단 현금이 많이 있고, 단위 환산에 있어서 피부에 와 닿는 부담이 적기 때문에 서스름 없이 돈을 써버리는 것 같다.
또 이곳은 뭐 한가지르 하려 해도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버스비, 배삯, 입장료, 관람료, 기차비 등등…
솔직히 우리나라 문화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단지 가까이에서 못 보는 유명한 것들을 본다는데 의미가 있는거지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실망과 회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