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9월 01일 수 D-Day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다!
여행 출발 당일이 되어도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동안 미루던 GPS용 지도를 저장하고, 쌌던 짐도 정리하면서 다시 풀어서 꾸리느라 새벽 1시에 타기로 예정했던 인천공항 버스를 예정한 1시에 못타고, 2시에 타게 되었다. 이거 어째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걸?
인천공항에 도착.
광주터미널에서 인천공항 까지는 버스로 4시간 30분이 걸린다. 버스에 내려 베낭과 자전거 가방을 들고 인천공항을 걸었다. 처음 와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정말 컸다. 입국 수속을 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기다리면서 자전거를 더 작은 모양으로 분해하고, 타이어 공기를 뺐다. 고도가 높아지면 타이어 내 공기압 때문에 터져버린다. 으… 이거 다시 넣으려면 펌프질 열라 해야겠는걸. (조립하기도 더 힘들어졌다.) 비행기에 가지고 탈 짐만 분리하여 쌕에 담았다. PDA, 가이드북, 서류 등…베낭과 자전거는 싱가폴에서 내리지 않고 화물로 아테네로 바로 날아간다. 자전거는 대형 화물이라고 해서 큰 tray에 따로 밀어넣어야 했다. 추가요금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료였다.
출국 수속은 술술 진행되었다. 직원이 한국사람이었다. ^^
수속을 마치고 들어온 곳에는 수많은 면세점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는데, 떠나는 마당에 짐을 질레질레 들고 다닐 수 없으니 필요한 멀티플러그만 하나 구입했다. 달러로… 처음 달러를 사용해봤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념품들을 구입하려면 공항에 와서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좀 더 비쌀지라도,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별로 좋지도 않은 걸 구하는 것보단 좋을 것 같다.
Gate 앞에서 탑승을 대기하면서 Nespot 지역이라 PDA로 인터넷도 하고, 집에 전화도 드렸다.
8:30am 비행기 탑승. 일부러 창가 자릴 앉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장시간 비행하면서 움직임에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불편한 것이다. 하지만 구름 옆으로, 구름 위로 거대한 비행기가 날으는 모습을 본 것은 비행기를 처음 타본 나로서는 정말 환상이었다. 싱가폴 발 아테네행 비행기는 창가쪽이면서 앞쪽 자리가 없는 곳으로 좌석울 부탁해야겠다.
15:00, 싱가폴 현지시간 14:00. 창이국제공항에 도착, 그런데 그동안 무심히 보았던 티켓을 보니 아테네행 비행기 시간이 자정에서 5분 모자란 23:55pm 이다. 이런… 여행사에서는 이런 비행기표를 팔았단 말이야? 10시간을 뭐하면서 보내지? 안내데스크에서는 공항 밖으로 나가도 상관 없다고 했지만 그냥 공항 안에 있기로 했다. 역시나 엄청나게 많은 면세점을 구경하다가 튼튼해 보이는 자물쇠를 샀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동남아나 싱가폴도 괜찮은 곳이라 생각된다. 영어 발음도 친숙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낮잠서비스를 받았다. 3시간에 $20, 돈에 대한 개념이 없다. 따지고 보면 하루 여관비 정도인데… 그냥 잤다. 그렇게라도 잠을 자고 나니, 집에서부터 준비하느라 잘 못자고 버틴게 좀 풀어지는 듯하다.
스낵바에서 튀긴 면발(?)과 펩시를 마시고 있다. 그리스도 여기 싱가폴만 같다면 부딪히기가 한결 수월할텐데…
9월 2일 목 아테네 시간 저녁 8시
어제 저녁, 싱가폴 시간으로 23시 55분에 아테네행 비행기가 출발했다. 싱가폴에서도 거의 12시간을 방황하며 허비했는데… 비행기는 도착 예정시간 아침 6시 25분보다 훨씬 빠른 6시에 도착했다. 참고로 아테네가 싱가폴 보다 5시간, 서울보다는 6시간 느리다. 그러므로 나는 싱가폴에서 아테네까지 오는 비행기에서 11시간을 지낸 셈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좌석을 바꾸리라는 나의 의지는 꽉찬 손님들 때문에 무너져서 날개위 창가 자리를 고수하였고 내 옆 두자리는 영어를 못하는 몸이 아프신 그리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앉는 통에 움직이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뭔가 말을 걸고 친숙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데, 영어가 짧아서 가만히 있었다. –. 화장실 가는 거랑 도와드리긴 했지만 내가 영어가 능숙한 젊은이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 긴 시간 동안 트로이랑 슈렉 2를 봤다. 비행기에서 게임도 된다. 안 타봤으니 모르지… 얼핏 서너시간은 깊은 잠이 든 듯 하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공항 옆 빈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조립했다. 연습할 때 잘 되던 것도 잘 되지 않는다. 경찰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어찌나 험하게 다루었는지 안 긁힌 곳이 없다. 다행히 잘 굴러가기는 한다.
겁도 없이 무작적 Athinia 라고 써진 표지판을 따라 달렸다. 시속 120km 제한 표지판이 보이네? 고속도로 순찰차량이 오더니 여기로 다니면 안된다면서 자전거를 싣고 가 가까운 작은 도로에 내려줬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순찰청년 말이 아테네까지 20마일 정도 된다는데, 20마일이면 30km 라고? 분명 지도에서 보기엔 그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지도의 축적을 무시한 나의 생각이었다. 힘을 내서 달렸다. 다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팠다. 베낭의 무게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우예곡절 끝에, 게임 “시저 3″에나 나올 법한 빨간지붕의 그림같은 집들을 지나, 엇그제 이봉주가 뛰었던, 유럽전통복장을 한 정체모를 괴한이 마라톤을 방해했던 곳도 지났다. 파란 줄이 그어진 도로를 따라간다면 적어도 길은 잃지 않고 아테네 시내로 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 생각은 맞긴 했으나, 결국 아테네 시내에서 information kiosk 에 두번이나 물어봐서 숙박 예정한 호스텔을 찾아 들어갔다. 체크인한 시간이 11시 10분정도?
씻고 자전거 복장으로 아테네를 한바퀴 돌았는데, 내가 좀 오바를 한 듯 싶다. 하이바에 쫄바지 입고 박물관에 들어가니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 다음번엔 하이바는 벗고 다녀야지.
국립 고고학 박물관 – 신타그마 광장 – 국립정원 –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 –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 아크로폴리스(파르테논 신전) – 오모니아 광장
박물관에서는 기원전 3-5세기의 조각 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었는데, 온전한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부는 정말 정교하게 조각된 것들도 있었다. 대리석과 청동을 이용해서 고대인들이 저정도의 예술 작품을 만들다니…
신타그마 광장은 도심 4각형 블럭 1개가 공원 식으로 되어있는데, 게임 “심시티”에서 2×2 공원을 생각하면 된다. 도심 속의 공원이라…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우거진 국립정원을 지나, 마라톤 종착점인 아테네 올림픽 경기장이 나왔다. 말발굽 모양의 경기장이 그리크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역시 감회가 새로웠다.
아크로폴리스는 언덕위에 도시?라고 할까.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언덕 꼭대기에 오르면 사방으로 아테네의 전경이 펼쳐진다. 현대 기술로 옛 신전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이곳에서는 전에 들렸던, 경기장과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이 매우 가깝게 보인다.
이 때 부터 내가 새벽에 기내식 이후에는 음료수 만 먹고 밥을 한번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몸은 기진맥진 되었고, 물만 많이 먹어 헛배가 불렀다.
아크로폴리스를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팔라카 거리는 기념품가 우조라는 술을 파는데 수블라키라는 고기와 우조를 시켰다가 후회가 막심했다. 마치 소주와 양주와 밀키스를 섞어 놓은 듯 한 맛… 노상의 파라솔 밑에서 천천히 식사를 하고,
천천히 자전거를 굴려 몇번 길을 잘 못찾은 후 호스텔로 귀환하였다. 또 하필이면 내 방을 같이 쓰는 사람들이 일본인 두명… 자기들끼리 쏼라쏼라 이야기 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한명은 축구광이라 올림픽 축구 보려고 왔다가 비행기 스케쥴이 안 맞아 일주일간 호스텔에서 묵을 예정인 놈이고 (보니까 밥 해먹고 올라오더라), 한놈은 나랑 거의 여정이 비슷한데, 아쉽지만 이동수단이 틀려 찢어질 듣 하다.
역시나 어색한 발음, 아리 모닝early morning.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니 이태리행 배를 타는 파트라스나 제우스 상이 있었던 신전이 있는 올림피아로는 산이 많아 자전거로 힘들 것이라 한다. 처음 유럽 여행을 자전거로 계획한 것이 평지가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 였는데… 의지가 한풀 꺾인다. 내일 체크 아웃 시간 전 까지 피곤한 몸을 충분히 푼 후… 기차로 갈 것인지, 버스로 갈 것인지, 자전거로 강행군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겠다.
주의 깊게 본 것들.
- 편도 신호등, 항상 가능할 때는 파란불임. 잘 눈데 안띄는 데도 사람들이 잘 지킴. 행인은 잘 안지킴.
- 전기 자동차, 버스 노선이 지나가는 건물 사이사이에는 전선이 깔려있고, 버스랑 연결되어 있다.
- 남자들은 대체로 호리호리한데, 여자들은 발육상태가 너무 좋다. 가슴이 크고, 엉덩이도 크고, 살이 삐져나오는 거 전혀 상관하지 않고 골반바지, 배꼽티를 입는다. 티팬티도 봤다. 길거리에서도 딥키스 한다. 정신 나간 것들…
- 대체로 사람들이 친절하다. 가이드 북에서는 의사소통이 힘들거라 했는데 젊은이들은 영어에 능숙하다. 아줌마 아저씨들은 그리스어로 말하는데 눈치상으로 알아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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