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s from 9월, 2004 댓글 스레드 토글 전환 | 키보드 단축키

  • ukits 2004/09/29 17:55 PM 고유주소 | 댓글달기  

    Here is Nice 

    나이스가 아니고 니스.
    내가 좋아하는 노래 I’ve never been to me 에 보면 (음악감상 참조)
    천국과 비유되는 프랑스의 니스와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그리스의 섬들이 나온다.

    그리스의 섬들은 가보지 못했지만 니스 해변과 몬테카를로는 다녀왔다. 여유있게 이곳을 들러보니 내가 노래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하지만 노래와는 다르게 나의 정체성을 찾아야지.

    집 떠난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향수병이 점점 깊어진다.
    돈도 떨어지고… 얼른 돌아가야지. as soon as possible!

     
  • ukits 2004/09/29 17:51 PM 고유주소 | 댓글달기  

    16. 암스테르담 

    diary – 16. Amsterdam

    프랑크프루트에서 일찍 나선 관계로 기차를 다섯번이나 갈아타고도 어두워지기 전에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기차를 갈아타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워낙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한두시간 기차를 타는 건 잠시라고 느껴질 뿐이다.
    출발할 때는 흐리던 날씨가 결국엔 비를 쏟아내리고 있다.

    원래 숙소를 유스호스텔로 정하려 했는데 정작 도착하고 보니 뮌헨의 유스호스텔이 떠올라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 어수선했던 분위기…
    궁여지책으로 한국 민박집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한국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안 받는다. –; 젠장.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1시인데 벌써 자나?
    하는 수 없이 저녁거리를 먹을 집을 찾을 겸 해서 비를 맞으며 암스테르담 중심가를 자전거로 돌아다녔다.
    마침 1유로를 넣고 인터넷을 약 40분간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카페를 발견하고 거기서 민박집을 검색해보았다.
    한국어 윈도우가 아닌 곳에서는 한글 웹페이지를 검색하면 자동으로 한글을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깔리지만 한글을 치기 위해서는 IME라는 것을 설치해야 한다. 근데 그건 재시작을 해야하고 재시작을 하면 시간이 날라가기 때문에 검색창에 영어로 amsterdam 이라고 쳐서 찾을 수 밖에…
    다행히 민박집 카페가 검색되서 전화번호를 적어 나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화기는 모두 카드식 밖에 없었다.

    가이드북에 나온 추천 중국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그 집에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쓰기로 했다. 근데 그 중국집이 예상보다 규모가 커 당황했다. 다행히 동전 공중전화기가 있어 민박집에 전화를 했다. 위치와 주소 등만 물어보는데도 0.40?? 가 떨어진다. 도둑놈들… 민박집 전화번호가 틀리거나 없어진 민박집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민박집은 중앙역에서 두 정거장 거리였다. 다시 비를 맞고 역으로 돌아가 디멘Diemen 이라는 곳으로 가서 GPS의 도움을 받아 민박집을 찾았다.
    아주머니도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찾아왔다고 신기해했다. GPS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여기 민박집은 그냥 가정집으로 아들, 딸들이 방학 때 한국에 갔을 때만 빈 방에 민박을 했던 곳인데 지금은 아들, 딸이 돌아와 있어 실질적으로 민박을 하고 있진 않았다. 그렇지만 손님방 하나가 남아서 거기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즉 자리가 하나인 민박집이란 말이다. 운이 좋았지. 짐을 푼 시간이 저녁 10시경.
    암스테르담 밤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다시 집을 나섰다. 주인 아주머니가 아예 열쇠까지 주시며 보고 오라고 하셨다.

    박물관을 가기엔 늦은 시간이고 역 인근의 홍등가를 찾았다. 밤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암스테르담은 마약, 마리화나나 매춘이 허용되는 곳으로 사람들이 그런 것에 대해 거리낌 없이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상당히 큰 영역의 그 구역에는 성인용품, 성인비디오 가게와 포르노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있고, 매춘부들의 집이 골목골목에 위치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구역별로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이 골목은 흑인, 저 골목은 러시아인, 이 골목은 뚱뚱이. 뚱뚱이들이 제일 엽기적이었다.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
    돌아다니는 사람 중에는 한국, 중국 아저씨들도 많았다. 이런 곳에서 아는체 할 수는 없지. –;
    이런 문화적 차이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는 청량리가 없어지고 한다는데… 이런 곳에서 일한다면 나부터도 나쁜 시선으로 보지만, 스스로 당당하게 행동하는 여성들을 보고 경멸보다는 존경심이 들었다.
    근데 이런데 여자친구랑 오는 사람은 뭐냐고…

    2004년 09월 24일 목

    어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여행 안내소와 국제선 기차 예매소가 문을 다 닫는 바람에 오늘 일찍 나서서 정보를 얻기로 했다. 파리행 오후 티켓이 있다면 시내 구경후 민박집에 돌아가 바로 오늘 파리로 갈 생각이었다.

    암스테르담은 열차 예매소가 국내선/국제선이 따로 있는데, 국제선에 비중을 많이 안 두고 있는 듯 했다. 9시면 이른 아침인데도 1시간정도 번호표를 들고 기다려야했다. 짜증이다…
    암스테르담을 보고 있으면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는지 의심이 든다. 독일과는 대조적이다.
    파리로 자전거를 가지고 갈 수 있는 방법은 4번 갈아타고 가는 9시간 걸리는 방법이 있는데 하루에 점심 때 한 번 밖에 없었다.
    오늘은 아무리 빨리 민박집에 돌아간다고 해도 타기는 힘들 것 같아 느긋하게 시내를 돌아보고 내일 일찍 나와 파리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파리까지 직행은 5시간 정도 걸리는 데 자전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9시간 걸리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한시간 간격으로 기차를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고 멍하니 음악을 듣거나 그냥 생각하는 것도 고역이다.
    뭐, 나름대로 매력은 있다. 엄청난 스피드로 달리는 기차 차창 밖을 보면서 자전거로 이 길을 왔었다면 며칠이 걸렸겠지 하고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진다. 신발 속이 다 젖어 찝찝하지만 그렇다고 벗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이롱 바지를 입고올 걸 그랬다.
    자전거를 유료 보관소에 맡기고 걸어서 섹스뮤지엄에 갔다. 그저 볼거리를 위해서 야한 사진들을 걸어 놓고 몇가지 장치를 해놓았는데,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다 아는 것이기 때문에… 푸하하!

    비를 맞고 돌아다녀서인지 몸이 이상했다. 비가 조금 그쳐 가랑비가 내리는데 운하들과 시내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다녔다.
    다시 역에 돌아와 자전거를 찾고, 다행히도 비가 덜 오는 틈을 타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기차로 두 정거장이기 때문에 자전거로도 그리 멀진 않았다. 약 3-40분 정도.
    자전거의 도시 답게 이 곳은, 보행자 신호와 자전거 신호가 따로 있고 자전거 신호가 파란 불일 때 보행자 신호는 빨간 불일 수도 있다. 자전거용 표지판도 따로 있어서, 자기가 가고 싶은 구역으로 가려면 자전거 표지판만 따라가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거의 인도가 좁고 차도가 넓어지는데 여긴 길이 충분히 여유가 있고 자전거 전용 도로가 매우 잘 되있다. 민박집 아주머니 말로는 자전거랑 차랑 사고가 날 경우 무조건 차 과실로 처리된다고 한다.

    민박집에서는 점심, 저녁은 주지 않기 때문에 민박집 근처 슈퍼에서 파스타, 빵, 우유 이런 걸 사가지고 들어갔다.
    파스타를 데워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아주머니가 아예 밥이랑 김치랑 상을 차려주셨다. 감사합니다!
    점심을 넉넉히 먹고 스팀에 신발과 바지와 양말을 말리면서 잠시 잠을 청했는데, 피곤했는지 저녁 때가 되서야 일어났다. 아무래도 비를 맞은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이 벌써 10월로 접어들고 있는데, 나는 여름옷 밖에 준비하질 않았으니 어찌 멍청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리요. 그나마 준비해온 긴팔티와 프랑크푸르트 민박 아주머니가 주신 스웨터 헌 옷이 많이 도움이 된다. 오늘은 비옷을 입고 나가느라 스웨터를 안입었었거든…

    잠시 앉아 있으니 저녁에 떡볶이를 했다고 또 차려주신다. 또 감사합니다!
    많이 먹고 힘내야지.
    여러모로 날씨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여행 초기에는 너무 더워서 과소비하게 만들고 살을 태우더니. 이젠 비를 내려 오도가도 못하게 만들다니..
    .
    푹 쉬고 내일은 또 하루 종일 기차를 타련다. 기차 타면 비는 상관 없으니까!

     
  • ukits 2004/09/29 17:49 PM 고유주소 | 댓글달기  

    17. 파리 

    diary – 17. Paris

    2004년 09월 27일 00:25

    24일, 하루 종일 기차를 타다.
    암스테르담 숙소, 평소와 같이 밥을 먹고 짐을 쌌다. 파리로 가는 기차시간이 12시라 여유가 좀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암스테르담 역 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려 했는데, 날씨가 좋다가 막상 출발할 시간이 되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타이밍도 좋지… 하는 수 없이 중앙역까지 가는 기차를 탔다.
    자전거 표를 미리 끊어 놓길 정말 잘했다. 안그랬으면 또 몇시간 씩 기다려 표를 사야했을 텐데.
    시간 여유가 있어 집에 전화를 하려고 보니 내가 사용하는 전화카드의 네덜란드 접속번호가 틀리다고 나온다. 민박집이었다면 물어서라도 해보겠는데 전혀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네덜란드에 와서 이틀이나 있으면서도 전화를 한통화도 안했구나…
    전화란게 좀 그렇다. 전화해야지 생각할 때는 전화기가 고장나거나 접속 번호가 틀리고, 또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 시간이 새벽이고. 변명이다. 내가 전화할 의지가 없나 자책을 해본다. 그건 또 아닌데…

    기차는 네덜란드를 벗어나 벨기에를 경유해 프랑스 국경의 역에 도착했다. 오후 5시가 넘었는데 한국 시간은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집에 전화 드린지 너무 오래되어 수화기를 들었다.
    잠에서 깨신 부모님 목소리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싸가지 없는 프랑스 놈들.
    어제 산 자전거 티켓은 프랑스 국경까지만이고 프랑스 내에서 다시 자전거용 티켓을 사야한다고 암스테르담에서 말 했었다. 줄을 서 기다려서 자전거 표를 사려하니 No pay 하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와 프랑스는 정말 자전거 정책이 잘되어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아예 자전거 칸이 없었다. 차에 아예 장애인 칸 조차 없었다.

    지금까지의 나라와는 다르게 여기 프랑스 역은 플랫폼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열차가 도착하는 순서대로 빈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식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출발 20여분 전까지는 전광판만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막상 차를 타러가 자전거 칸을 찾으니 자전거 칸이 없었다. 열차 승무원한테 자전거 칸이 어디 있냐고 영어로 물어보았다. 근데 이 씨x새x가 프랑스어로 뭐라고 짜증내면서 지껄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영어는 바디 랭귀지 다음으로 만국 공통어이고 설마 모른다고 해도 성의를 가지고 단어나 몸짓으로라도 알려주는게 보통인데, 우리의 친구 달팽이를 드시는 이 나라 아름다운 새x들은 자존심 때문인지 머리에 똥이 차서인지는 몰라도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말이 안통하니 내가 자전거를 가리키면서 타야한다고 하니 계속 모르겠다는 행동만 하는 것이었다. 개새x…
    욕을 많이 썼지만 저런 표현으로도 모자라다. 프랑스가 또 첫인상을 버려놓네…
    하는 수 없이 열차 제일 앞쪽으로 가 통로에 자전거를 들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열차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타서 통로, 계단 까지 사람들이 꽉꽉 차있었는데 자전거를 들고 타자니 나도 미안하고 그 사람들도 불편하고 그랬다.
    내가 다시 갈아타야 하는 역은 3 정거장인데 1시간이 걸렸다. 땅덩어리가 넓긴 넓나보다.
    서류가방을 든 오피스맨에게 영어로 내리는 역을 물어봤는데 영어를 못한다. 옆에서 보다못한 흑인이 Next 라고 짧게 대답해 줬다. 이 나라 사람들은 도데체 뭐야.
    역시 다시 갈아탄 기차에도 자전거 칸이 따로 없어 복도에 묶어 놓고 객실에 앉아서 갔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꽉찬 호스텔, 민박까지 야간 질주.
    해가 떨어지고 한참 있고서야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숙소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한인 숙소는 다들 시내의 관광지들과는 먼 거리에 있고, 호스텔은 이제 믿음이 잘 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을 주지 않는 대신 최저가 1박에 14?? 하는 인근 호스텔에 들려 성사되지 않는다면, 교외로 나가더라도 민박에 들어가기로 했다.
    역시 GPS의 도움으로 그 호스텔을 찾는는 성공 했으나 아쉽게도 Full 이었다. 비수기인데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수신자 부담 전화에 상당히 큰 규모를 가진 민박집을 찾아나섰다. 간혹 GPS의 도움을 받으며 거의 두시간 만에 찾아갈 수 있었다. 거리도 거리였지만 큰 직선 도로를 찾지 못해 해멘 시간이 많았거든…

    세상엔 고수들이 많았다.
    그래도 난 나름대로 자전거를 가지고 유럽을 여행하는 것에 우쭐해 하고 있었는데, 나를 맞이하는 민박집 Staff 는 한국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와 나처럼 기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로만 유럽을 여행한 분이었다. 하루에 먹을 거 3?? 씩 썼다고 한다. 또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아예 1년을 자전거를 타고 이집트 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짓(?)을 한 분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대단하다…
    향수와 피로를 핑계로 일정을 줄이고 기차를 타게된 나로서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말 그렇게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여러가지를 물어봐서 알아낼 수 있었다.
    텐트 필수, 자전거 가방 필수 등…
    나도 처음 부터 그렇게 계획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5일, 파리 시내로 출퇴근.
    자전거로 와보니 의외로 먼 거리다. 숙소가 있는 이곳은 지하철 역에서 3분 거리지만 메트로(지하철) 종점이거든. 도보 여행자에겐 종점이던 아니던 상관이 없는 거지만 자전거로 나가야 하는 나는 거리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별 수 없다.
    다녀오겠습니다!

    자전거로 한시간 여를 달려 파리 중심부를 흐르는 세느강을 찾았다. 휴~
    운이 좋게 바로 노틀담 성당 앞이다. 이젠… 아 노틀담에 꼽추에 나오는 그 노틀담-. 이런 생각 뿐. 여행 시작 때 부터 지겹게 봐왔던 교회 건물들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오늘 당장 급한건 런던으로 들어갈 버스표와 쿠셋이라고 부르는 니스행 침대열차 표를 예매하는 것이었다. 열차 표는 파리 시내에 각 방향에 있는 기차역 아무곳에서나 사면 되지만, 버스터미널은 내가 온 반대방향의 외곽에 있었다.

    군악대, 의장대 사열, 우리가 낫다.
    터미널을 찾아가던 중 바스티유 광장 근처를 지나다 악단의 연주소리가 들렸다. 생각보다 이런 음악소리에 은근히 관심이 쏠리게 된다는 걸 느낀다. 광장에서 군악대와 의장대가 사열을 하고 있었는데, 의장대 시범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주로 줄을 맞춰 이동하거나, 서로 엇갈리면서 걸어가면서도 부딪히지 않는 동작을 주로 보여줬는데, 우리나라 해병대(다른 군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장대는 줄맞히며 걷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총을 쉴새 없이 돌리고 있지 않는가.
    박수를 쳐주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사실에 어깨가 으쓱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한국 의장대 시범을 한번 보여주고 싶군. ^^

    버스터미널을 어렵게 찾아갔다. 진짜 멀다, 으-. 프랑스를 떠나는 버스를 타러 여기를 한 번 더 와야 한다.
    티켓을 사는데 그 전 다른 나라에서는 말이 그래도 통하니까 그냥 말로 하면 됬었는데 어제 역에서 처럼 말이 또 안통할 것 같아. 목적지와 날짜, 나이, 짐 개수를 적어서 창구에 보여주었다. 훨씬 수월하게 예약 할 수 있었다. 진작에 그럴걸…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도버 해협을 횡단하는 표를 구했다. 49??. –; 그래도 기차나 비행기보다는 싼 가격이다.

    오늘은 외곽에 나왔으니 외곽의 볼거리를 둘러보고 내일은 중심가를 돌아보자.
    몽마르뜨 언덕에 오르자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올라가기 무쟈게 힘들다.

    여기서 한 흑인을 만났는데 나를 부르더니 손가락을 고리로 만들어보라고 하고선 거기에 실을 걸고 빨간 파란 흰 실을 꼬기 시작했다. 밸라도 친한척 말을 걸면서 자기도 한국에 가봤다는 둥 실을 멋지게 꼬더니 팔목에 걸어주고는 원래 10?堧琯? 한국인이라 5?嚥? 해준다면서 돈을 내란다. ㅋㅋ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실 예쁘게 꼬아줘서 돈 없으니까 1.5?? 만 가져라 하고 줬다. 그랬더니 ‘안녕’하고는 돌아간다.
    여행 와서 누가 친한 척 부르거나 (주로 흑인) 동의도 없이 뭔가를 시작하면 얼른 싫다고 하는게 좋을 듯 하다. 또 마음이 약해서 막상 다 해줬는데 돈 안주고 가라 할 수도 없는 거고… 저런 장사도 입심이 좋고 재주가 있어야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헀다. 일본놈 만나면 ‘사요나라’, ‘나도 도쿄에 가봤다’, 짱깨 만나면 ‘니하오마’, ‘베이징 가봤다’ 등등. 각 나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될테니까…

    내일 프랑스 저 남쪽 끝의 니스에 다녀오려고 역에 들렸다. 최근에 다녀온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아직은 수영 할만 하다고 한다.
    내가 니스에 가고 싶은 이유는 별거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나오기 때문에…

    이번에도 창구 직원에게 출발지, 도착지, 시간 등을 적어서 주었다. 다행히 그 창 구 직원은 영어를 잘 했다. 니스 침대칸(쿠셋) 왕복 요금이 72?? 가 나왔다. 깜짝 놀라 물어보니, 나는 왕복을 의미하고 ‘2 ticket’ 이라고 말했는데, 그걸 왕복 2명 분으로 알아먹은 것이었다.
    내가 그 사람이 말 하는 걸 듣지 않고 계속 내가 침대칸이다, 밤에 가야한다. 이런 소리만 하니까 좀 들으라고 내게 충고를 했다. 내가 영어가 서툴다고 말을 하니, 영어를 못하는게 아니라 너는 내 말을 듣지를 않고 있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많이 충격을 받았다. 그랬구나 난 내가 원하는 것만 말 할 줄 알았지. 상대방이 내가 예상 못했던 말을 했을 때 난 그 말을 흘려 들어버리고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고 있었구나. 그런 충고를 해준게 정말 고마웠다.

    나폴레옹이 루브르 앞에 개선문을 만들었더니 작다고 다시 만들라 해서 크게 만들었다는 개선문을 보고 라데팡스 지역의 신 개선문을 보고 왔다.

    라데팡스는 전선이나 시설들이 모두 지하에 있고, 지상에는 멋진 디자인의 빌딩들과 공원들만 있는 미래형 도심지인데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진 신 개선문이 있다. 또 공사중이다. 어딜 가나 공사중이지 않은 문화제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성수기가 지나서 다들 공사에 들어간건지…

    날이 이미 저물어 내친김에 에펠탑 야경까지 구경했다. 9시 정각이 되니 에펠탑의 작은 전구들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냈다. 나는 10, 11시에 한다는 불꽃놀이가 기대되서 이슬비가 내리는 그 추운날 비옷 하나로 10시 까지 한시간을 버텼더니 10시에 일어난 일도 9시에 일어난 일과 같았다. 탑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내고… –;

    이번엔 노틀담 성당에서 숙소까지 한시간에 끊었다. 길을 덜 헤맸기 때문이 었다.

    숙소에 돌아와 동갑내기 룸메이트들과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내 나이대 사람들이 많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배고픈 마음에 주방을 습격하여 떡볶이와 밥을 탈취해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물론 허락 하에 먹은 것이었다. ^^

    몸이 으슬으슬 한게 엇그제부터 조금씩 비를 맞아 타격이 있는 듯 싶었다. 갈수록 의욕도 떨어지고 하길래, 내일은 활기차게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에 감기약을 두알 먹고 잠을 청했다.

    26일, 진정한 여행은 마음의 안정이 아닐까
    파리에 온 후론 잠 자는 시간도 늦어지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먹으라는 말에 밥을 꾸역꾸역 먹고, 민박집 인터넷이 안된다길래 고치는 걸 도와줬다.
    속빈 강정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나라가 인터넷은 따라올 나라가 없을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속도는 느리고 설비도 그저 그렇다. 결국 엉성하게 되다 안되다 해놓고 빠져나왔다.

    아예 점심까지 먹고는 느릿느릿 시내로 자전거를 굴려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했다.
    이 박물관에 있는 전시물을 한 개당 30초씩만 봐도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나는 들어가서 속보로 걸으면서 봤는데 반도 못 보고 폐관시간이 되서 쫒겨나고 말았다. –;

    여행이라고 하면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인데 이렇게 단지 왔기 때문에 보고가야 한다는 압박에 시간에 쫒기고 허둥지둥 대는 건 잘못됐다는 고뇌에 빠졌다.

    신기하게도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에서부터 카루젤 개선문, 오벨리스크, 개선문 그리고 저 멀리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까지 모두가 일직선 상에 있다.

    또 카루젤 개선문 위에는 전에 들렸던 베네치아에서 본 황금 말 네마리를 전쟁에서 이기고 가져와 달았는데, 다시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되돌려주고 다른걸 올려 놓았단다. 역사의 문화제들이 로마의 유물들처럼 이렇게 연관이 되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다.

    여기 파리의 거리 악사들은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앰프를 가지고 다니면서 배경음악을 깐다. –; 그래도 흥겹게 연주하는 모습이 여전히 보기 좋다.

    현재 시간 7:40. 숙소에서 저녁은 8시 부터 먹을 수 있다. 저녁 값을 아끼기 위해 주린 배를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페달을 굴렸다. 첫날 두시간 걸렸던 길을 25분만에 주파. –; 이게 먹고 살아야 겠다는 의지의 힘인가…

    밥을 먹고 휴게실에서 인터넷을 고치며 비디오를 보았다. 단체상영.
    민박 규모가 크다보니까 몇십일 씩 장기 투숙하는 분들도 계시고 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어쩌다가 한의원에서 시술한다는 10년 묵은 귓밥 꺼내기 이야기가 나왔는데 종이 대롱에 촛농을 뭍혀 귀에 대고 불을 붙이면 공기의 대류 현상에 의해 귓밥이 빨려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해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엄청난 양의 귓밥이 대롱에 저장되는 것이었다.
    이건 직접 보여줘야 한다. 시술 받고 싶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상담 바란다. 한의원에서 최저 3만원짜리 시술이다. ^^
    ‘여행의 묘미란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데 있는게 아니냐’고 농담삼아 말했다.

    다섯 명의 스물 다섯 남정내가 맥주도 한잔씩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일정이 같다면 내일도 한잔 하자고 했는데 아쉽게도 내일은 다들 각자의 길로 가야만 한다.

    난 밀린 일기를 늦게까지 쓰고 잔다…
    돈이 떨어졌다. 귀국 해야지.

    28일, 가자 니스로!
    그래도 남쪽 지방인 니스는 아직 따뜻하다고 한다. 파리는 비까지 오는 바람에 많이 춥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빨래를 해서 널어 놓고 간단한 짐만 챙겨 숙소를 나섰다. 자전거와 베낭은 다시 숙소에 돌아올거기 때문에 맡겨놓았다. 메트로(지하철)을 타고 일단 항공사로 향했다.
    하필이면 한국은 추석연휴기간이라 비행 스케쥴을 담당 여행사에 바꿔달라고 요청할 수가 없어 직접 싱가폴항공사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운이 없게도 런던발 싱가폴행 비행기가 내가 생각한 10월 5일에는 만원이었다. 일단 그나마 가장 빠른 7일 표로 예약하고, 수시로 전화해 예약취소된 좌석을 찾으라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으-. 어쩌면 영국에서는 여유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 –;

    우연히 얻은 지하철 표를 아끼기 위해 니스행 야간열차가 출발하는 역까지 무작정 걸어갔다. 대기소에서 사업구상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기차를 탔다.
    쿠셋이라는 침대칸인데 방 하나에 3층으으로 침대가 6개나 있고 혼숙이다. –; 같이 방을 쓰는 사람하고 친해져 보려했는데 다들 ‘우리에 친구 당팽이를 먹는’ 프랑스인이다, 망할…
    내일 아침이면 니스에 도착해 있겠지…

     
  • ukits 2004/09/22 16:40 PM 고유주소 | 댓글달기  

    15. 프랑크푸르트 

    diary – 15. Frankfurt

    2004년 09월 20일 월

    어제의 아펠바인 독한 버젼 때문에 깼다가 다시 잔 것이 늦잠이 되버렸다.
    아침을 먹고 브루거 할아버지와 디텐하임에서 우임까지 강변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려왔다. 우임에서 프랑크프루트까지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이다. 할아버지는 나를 위해 회사 일도 땡땡이 치고 나와주었다. 물과 나무가 있는 정말 아름다운 길을 마주달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서야 우임이라는 도시가 아인스타인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광장에 E=mc^2 라는 모양의 구조물이 있었거든…
    높은 교회의 종탑에 올라가 경치를 감상하고(브루거 할아버지는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엇다 ㅎㅎ), 스파게티를 먹었다.

    기차 시간표를 뽑아보니 자전거 때문에 3, 4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것 밖에 프랑크프루트로 갈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지. 이제 기차를 갈아차는 것도 제법 잘 한다. ^^

    아쉽지만 할아버지와 작별을 했다. 이틀동안 편안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을 준데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할아버지는 여행을 무지 좋아해서 여러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내년 즈음에 한국에도 갈테니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흠. 그들을 맞이하려면 나도 영어 공부, 독일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아놔야겠다…
    전에도 생각했었지만 한국인인 내가 외국사람들 보다 오히려 한국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 정말 멋진 인연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열차에서 도중에 자면 역을 지나쳐버리기 때문에 자지 않으려고 음악을 들었다. 용량 제한 때문에 듀엣곡 몇 곡만 계속 반복해서 들었지만 여전히 좋은 노래들이다.

    여기 유럽의 기차는 자전거와 장애인 칸이 일반 객실과 따로 있는데, 이제는 자전거를 두고 객실 칸으로 가는게 귀찮아 그냥 자전거 옆에 앉아있는다.

    내가 어떻게든 혼자 사진을 찍어보고자 반대편에 사진기를 놓고 돌아와 폼 잡는 행위(!)를 계속 하고 있자, 객실칸에서 보다 못한 아저씨가 와서는 찍어주겠다고 했다. –;
    (앨범의 기차칸 사진 참조, 좀 흔들렸다.)
    싱가폴 아내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산다는 아저씨는 대한항공 스탑오버로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가는데 싸고 좋다고 이야기를 걸어왔다.
    동양적으로 생긴 두 딸이 있었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그렇게 서서 아저씨 목적지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이란게… 그렇게 작은 것을 공유하는 것으로도 쉽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프랑크프루트. 일부러 이번엔 작은 민박집을 골랐다. 큰 곳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소홀할 수가 있기 때문에.
    프랑크프루트가 큰 도시라 그런지 종착역 프랑크프루트 중앙역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려야 민박집과 가까웠다. 같은 역 이름을 보고 내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한 정거장을 더 가서야 내려서 다시 한 정거장을 돌아왔다.
    방이 4개 뿐인 작고 편한 민박집이었다.다행히도 어제 손님이 다 빠져나가고 오늘은 나랑 동갑인 여자애 1명과 나뿐이었다.
    여행 후 처음으로 라면을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어디로 들어갔는지를 모르겠다.

    기분이 멍하다. 이젠 여행의 설레임이나 들뜬 분위기는 다 가라앉았고, 단지 향수만이 내 가슴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남은 기간 동안 더 좋은 기억을 만들고 앞으로의 내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결론을 얻어야겠다.

    2004년 09월 21일 화

    일찍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다. 집에 가서도 이 패턴이 유지된다면 정말 좋겠다.
    전문적으로 민박을 하는 집이 아니라 아침은 빵이었다. 그래도 마음 편하게 맛있게 먹었다.

    어제 여기서 같이 잔 여학생과 같이 프랑크프루트를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내가 늦으막한 나이에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이맘때쯤 자기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나 보다. 얘도 유학할 독일의 신학교를 미리 단체로 견학왔다가 나머지 일정을 혼자 여행하려하고 있는데, 신학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 그렇다면 유학을 할 것인지, 한국에 남을 것인지 여러갈래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려운 결정일 듯 하다.
    나도 공부와 일과 사업(이건 좀 힘들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어쨌든 인생의 갈림길에서 아직은 아무 생각 없는 두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프랑크프루트를 돌아보았다.

    괴테의 생가를 둘러보고, 볼 것 없는 대성당을 보고 그래도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수많은 박물관 중에 통신 박물관을 관람했다. 신기한 기계식 교환기. 전화기로 만든 양…

    아펠바인 익스프레스라고 사과로 만든 와인인 아펠바인 한 잔을 주고 시내투어를 하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타러 갔는데 오늘은 운행을 안하는 것 같았다.
    성질 나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저녁으로 먹을 빵과 함께 아펠바인 한병을 샀다. 0.99?? 겁나 싸다.

    하지만 맛은 그 유명세에 비해 별로였다. 가이드 북의 술 소개에 벌써 두번이나 속았다. 그리스에서 우조에 속고, 독일에서 아펠바인에 속고… 그리고 피렌체 투스카나 와인도 솔직히 별로였다.
    내가 술하고 잘 안 맞나? 술은 역시 생맥주와 소주가 최고다. 가끔은 막걸리에 바카디 같은 것도 좋고. ^^

    저녁에 숙소에 돌아오면 무척 한가해지지만 그 시간에 한국은 밤을 넘어 새벽으로 달리고 있다. 전화도 할 수 없고, MSN도 하는 사람도 없어서 더 적막하다. 오늘은 싸이까지 점검이네… 그게 더 좋은 걸까하는 생각도 한다.
    얼마전까지도 내 핸드폰 벨소리 환청에 시달렸다. 금방이라도 내 쌕 안에서 핸드폰이 울릴 것 같은…

    난 남의 상황에서 내 고민의 해답을 얻는다. 누군가가 자신의 상황을 내게 말하면 그냥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곤 하지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은 내가 겪었을, 겪고 있을, 아니면 겪을 수도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조언은 언제나 내 스스로에게 하는 충고가 된다.
    그리고 그런 조언은 누구나 잘 알지만 실천은 잘 안되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중에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지금 더 노력하고 신중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쯤은 누구나 다 알지만, 그것이 힘들고 때로는 귀찮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는 것이 더 쉽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지극히 맞는 말이지만 용기 있는 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기는 힘들다.

    노력하자, 3류/2류 인생에 머무느냐 1류로 살아가느냐는 내가 마음 먹기에 달린 거다. 3류에 안주하려는 내 자신을 채찍질하자!

    내일은 암스테르담으로 출발이다.

     
  • ukits 2004/09/21 05:15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프랑크푸르트 

    여긴 프랑켄슈타인으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오랫만에 한국 민박집을 오니 멍 하다…
    성우야, 향연아, 좀만 기달려라잉~

     
  • ukits 2004/09/21 05:13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Here is Frankfrut 

    며칠만이지?
    한국 민박집을 찾아 오랫만에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썼던 일기와 사진을 올리는데, 내가 여행 중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물론 나는 나중에 읽으면 기억이 나겠지만 말이다.

    지금 내 꼴은 말이 아니다.
    안그래도 푸석푸석한 머리는 계속 갈라지고, 햇빛에 그을린 팔과 다리는 허옇게 껍질이 일어난다. 살은 빠질 대로 빠져서 군대에 들어갈 때 몸무게였던 69kg 이 되었고, 앙상한 갈비뼈에 근육만 조금 나와있다.

    아, 빵만 먹으니까 방구만 나온다. –;

    나의 이 어설픈 자전거 여행이 다른 사람들의 배낭 여행과 다르고 더 멍청할 지라도 분명 얻는 건 정말 많다. 다른 여행자들이 얻는 걸 내가 못 얻었다면, 그들이 얻지 못하는 걸 나는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그립고, 우리 말/글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고, 집이 그립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돌아간다!

     
  • ukits 2004/09/21 05:03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14. 디텐하임 

    diary – 14. Dietenheim

    2004년 09월 18일 (토) in 디텐하임

    오늘 아침은 조금 피곤함을 느꼈다. 별로 무리한 것도 없는데…
    문득 잠자리에 더 파고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내가 벌써 이런 불편한 잠자리에 익숙해져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호스텔은 도미토리가 혼숙이다. 헉. 여기저기서 여자들이 부시시 일어난다. –; 암스테르담 호스텔이 혼숙이라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여자들을 의식 해야되니 별로 안 좋다.

    일찍 식당에 내려가 아침식사를 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식당이 학교 기숙사 분위기가 나는데, 음식들을 마음데로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자전거 복장을 입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또 자전거구나… 휴-.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그 정복감이나 성취감은 대단한 것이지만 막상 자전거에 올라서 출발하기가 무섭다. 오늘은 얼마나 헤메려나, 얼마나 달리려나…

    디텐하임은 엇그제 기차에서 만난 할아버지들이 사는 마을인데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시골이라 뮌헨에서 바로 가는 길이 없어 ‘ㄱ’자로 꺾어 가야한 한다. 도로의 이정표도 발견할 수가 없다. 할아버지들도 자전거로 오기 보다는 근처 큰 도시인 우임Ulm까지 기차로 와서 우임에서 디텐하임까지 25km정도만 자전거로 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난 고집을 부려 자전거를 선택했고… 그 댓가로 결국 도중에 세번이나 길을 잃었다.
    목적지가 프랑크프루트 같은 대도시라면 이탈리아에서 로마를 찾아갔듯이 이정표만 보고 따라가면 되는데, 이번엔 시골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길도 꼬불꼬불하고…

    점심 때 쯤 어느 마을에 들러 중국식당을 발견하고 점심을 닭고기 볶음밥을 먹었다. 이것도 얼마만에 밥이냐… 상당히 맛있었다.
    주인집 아들이 단번에 한국인이냐고 알아본다. 내가 다시 물어봤다. 유럽사람들은 당연히 일본인인줄 알고, 일본인들도 일본인인줄 알고, 한국인들도 일본인인줄 아는데, 어찌 한국사람인줄 단번에 알아봤냐고. 일본사람은 키가 작은데 너는 키가 커서 한국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은근히 기분이 좋은걸-.

    두번이나 길을 잃었다. 한 마을은 3번이나 같은 길을 지나치기도 했다. 내가 마법진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나침반을 봐도 길을 못찾으니…
    그렇게 100km 정도 자전거로 가서 도착한 아우구스부르그Augsburg에서 결국 포기하고 기차를 탔다. 요금을 계산해 보니 아우구스부르그에서 우임까지 12.90, 뮌헨에서 우임까지 18.xx 겨우 0.5 정도 아끼려고 빡시게 오전을 허비했단 말인가… 허무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 때라도 기차를 탄건 잘 한 일이었다. 기차를 안탔으면 할아버지들과 약속한 날짜에 도착하지 못할 뻔 했다.

    우임에서 디텐하임까지는 남쪽으로 약 25km. 우임역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렸을 때는 해가 서쪽하늘을 벌써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무조건 남쪽으로 난 길로 자전거를 몰았다. 물어물어 찾아가다 보니 또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어둠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내가 이탈리아 산 속에서 치를 떨었던 야간 주행. 두렵다.
    다행히 뮌헨에서 깨진 랜턴 전구를 새로 구입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또 중간에서 발이 묶일 뻔 했다. 깜깜한 도로에서 시험삼아 랜턴을 꺼보았는데 이탈리아 산을 넘을 때 처럼 아무것도 안보이는 것이었다. 정말 다행이다. 빛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한 마을에서 낙엽을 치우고 있던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보았다. 무척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였다. 친히 집에 돌아가 지도를 가지고 나와 보면서 설명해준다. 독일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라는 인상에 못을 박는다. 정말 아저씨가 알려준 것과 똑같이 길이 펼쳐졌다.
    바나나도 기차에서 다 먹어버리고 힘겹게 어두운 길을 가노라니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진다.

    어찌어찌 디텐하임에 도착해서 길가는 사람에게 브루거Brugger 할아버지 집을 물어 찾아갔다. 이미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 문을 열고 나온 할아버지가 정말 반갑게 맞아주었다.
    뒤뜰에 있는 별채로 나를 안내해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할머니(정말 젊다)와 13살 작은 딸(할아버지인줄 알았는데 아저씨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 내내 내가 오길 기다렸다고 한다. 그래서 엇그제 같이 있던 할아버지와 ‘그 놈이 안올란갑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저녁 늦게 와서 정말 반갑다고 했다. 늦게라도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쓰는 지금은 원래 건물로 모두 돌아가고 별채에 혼자 있다.
    집이 궁궐같다. 별채에다가 자동 커튼에 차고, 정원 등등… 이 정도 능력이 되니 자전거를 여가로 즐기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 자기가 열심히 한 만큼 사는 것 아니겠어.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긴다. 이런 집 갖기.

    씻고 났더니 피곤이 몰려온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2004년 09월 19일 (일) in 디텐하임

    처음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하길 내 여정에 따라 지나가는 길에 하룻밤 신세지며 묶어가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할아버지들은 나를 귀찮은 손님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정말 편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 내가 전혀 방해도 안되고 한 한달 정도 있어도 티도 안날 만큼 큰 집에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뭐, 그래서 염치는 없지만 하루만 더 묵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 집 사람들은 여유롭다. 일에 쫒기거나 급하지 않고, 주말마다 여가를 즐기고 평일에는 집을 가꾸고 청소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부족함이 없어서 여유로운 것일까, 여유로워서 부족함이 없는 것일까.

    시리얼 , 빵, 케익, 과일, 야채, 우유, 쥬스 진수성찬에 아침을 배불리 먹었다. 안주인 할머니가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눈에 보인다.

    식사를 끝내고 근교로 두 할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갔다.
    그림같은 독일 전원풍경을 달려 산길을 접어 들자 할아버지가 취미로 기르는 꿀벌집이 나왔다. 근처에 아카시아 꽃이 많아 좋은 꿀이 난다고 했다.

    숲길을 빠져나와 근처 레스토랑에서 차를 타고 온 할아버지 가족들과 점심을 먹었다. 물론 나는 얻어먹었다.
    메뉴판을 봐도 알아먹을 수가 없었지만 쌀이 그립다고 허니 스테이크에 라이스가 나오는 메뉴를 시켜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가 예전에 선수로 뛰었던 축구팀의 경기를 관람했다. 아쉽게도 졌다.

    집에 창고에는 빔프로젝터와 탁구대가 있는데, 탁구를 쳐서 할아버지, 할머니, 작은딸 이렇게 세명한테 모두 졌다. –;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딱 보면 잘 살 수 밖에 없다고 느껴진다.
    호탕한 성격에 여유가 넘치고, 운동도 잘하지, 정말 모든게 부러움의 대상이자 나의 목표로 설정되는 것 같다.
    작은 딸에게 우리나라 식으로 숫자를 읽는 법을 알려줬더니 매우 신기한 듯 계속 숫자를 만들어 보면서 좋아했다.

    원래는 내가 사진을 찍어 나중에 인화해서 보내주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더 좋은 사진기를 가지고 있었다. –; 결국 내가 사진을 받기로 하고 주소를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사과로 만든 와인인 아펠바인 독한 버젼을 한 잔 먹었다.

    여행 이후에 최고로 편한 잠자리, 맛있는 음식에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니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운이 참 좋았던게지…

    단지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 사는 집이겠거니 하고 찾아온 집이 자연을 사랑하고 여유롭게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멋진 곳이라니.. 아마도 나는 평생의 목표를 이 브루거 할아버지에 맞춰야 하지않을까 싶다.

    내일 다시 프랑크프루트로 떠난다. 할아버지가 퓌센Fussen이나 하이델베르크Heidelberg가 좋다고 추천을 해주었는데, 이곳 디텐하임에서 이틀을 소비하며 많은 것을 구경했기 때문에 그냥 바로 프랑크프루트로 가기로 했다.
    내일도 함께 우임으로 가서 함께 관광을 하고 나를 환송해주겠다고 한다.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다.

    뜨거운 물에 샤워, 독한 와인 한 잔, 따뜻한 오리털 이불… 집에 온 것 같다.

     
  • ukits 2004/09/21 05:02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13. 뮌헨 

    diary – 13. Munchen

    아니나 다를까 7시 정도에 눈이 떠졌다. 집에서도 매일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한테 사랑받을 텐데…
    조금 게으름을 부리며 뒤척이다가 아침을 먹으러 식당엘 내려갔다. 역시 큰 호스텔 답게 뷔페식으로 음식도 다양하고 맛있어 보였다. 그래봤자 기본이 되는 건 빵이다… 밥이 그립다!
    햄이나 치즈, 요구르트, 꿀, 코코아 이런 것들과 같이 아침을 배부르게 먹었다.
    아, 어제 만난 짱꼴라들하고 같이 앉아 먹었는데 독일 유학생이라 했다. 어쩐지 여행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중국 하면 못사는 나라로만 생각했었는데, 젊은 인재들이 해외에 나와 있는 걸 보니 짱개국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구나..

    오늘 뮌헨의 일정은 뮌헨 역 – 신시청사 건물 – 독일 박물관 – 영국 정원 – BMW박물관 – 다하우 수용소이다,

    다시 역에 돌아가 information에서 지도를 사고 곧바로 신시청사 건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차가 다니지 않은 ‘차없는 도로’라 자전거도 내려서 걸어야 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쇼핑거리를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광장에 도착하니 마침 11시가 되었다.
    시청사 건물에는 대형 시계가 있다. 큰 시계 밑에는 인형들이 있는데, 하루 중 11시에만 그 인형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퍼포먼스를 한다고 한다. 그걸 고려하고 온 것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시간이 맞은 것이다.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 그 광경을 구경했다.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이곳 스포츠매장에서 자전거 라이트 전구를 구입했다. 그 구하기 힘들었던 미니 맥라이트 전용 전구 2개 세트! 이제 밤에도 안심이다. 뭐, 이제 밤에 달릴 계획은 없지만서도…

    다음으로 간 독일 박물관은 예전에 어렸을때 간 어린이대공원 과학관처럼 버튼을 누르거나 직접 기구들을 조작해 과학 원리나 현상들을 시험해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규모가 훨씬 컸다.
    해양, 전기, 철도, 화학, 원자, 음악, 물리, 빛, 항공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져 있는데 너무 커서 길을 잃을 뻔 했다.
    마지막엔 번개 실험도 보았다. 거짓말 좀 보태서 번개를 맞은 각목이 이쑤시게가 되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걸 다 보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해 버렸다. 근데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BMW박물관 가는 길에는 영국 정원이라고, 큰 공원이 있었다. 좁은 강물이 흐르고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그 잔디밭에서 사람들이 발가벗고 누워서 일광욕을 즐겼다. 해변이 아닌데도 말이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고개를 뗄 수가(?) 없었다. –; 어떤 사람은 모자만 쓰고 (다른거 하나도 안 입고) 강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에서 먼 곳에서는 젋은 아가씨들도 나체로 누워있는 걸 봤지만 가까이서는 확인을 못 했다.

    길가의 Pub에서는 사람들이 맥주를 우리 2천cc 잔 만한 컵을 가지고 먹는다. 역시 1인당 맥주 소비 1위 도시답다.

    BMW박물관이 있는 올림픽 공원에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늦은 점심으로 먹고, BMW박물관 구경. 조그맣고 볼게 별로 없었다. 엄지 손가락만 자동차미니어쳐들이 있었는데 무지 비싸서 못샀다. 청기가 이런 걸 좋아하는데.
    다하우 수용소는 독일인들이 유대인들을 강제 수용하던 곳인데, 과오를 뉘우치는 의미로 박물관으로 만들고 무료로 개방하고 가이드를 해준다. 독일이 일본처럼 침략 전쟁의 주범이지만 과거를 반성하느냐 반성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굉장한 것이다. 너무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서 자전거로 다녀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가지 못했다.

    내일은 뮌헨을 뜨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다시 뮌헨역으로 돌아가 독일 전도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에 바구니를 달았다.
    이제 폼이고 뭐고 소용 없다. 편안한게 제일이다. 그동안 폭이 좁은 뒷 짐받이에 올린 베낭이 좌우로 흔들려서 신경쓰느라 안전운행에 방해가 되었는데 이제 바구니로 고정이 되면 편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아니면 다른 여행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전거 투어용 가방을 처음 부터 달던지…

    호스텔에 일찍 돌아와 씻고 휴식을 취했다.

    이탈리아가 오토바이 권장정책으로 오토바이 비중이 크다면, 독일은 자전거의 비중이 크다. 자전거 종류도 참 다양하고 앞뒤로 가방도 많이 달렸고, 하이바를 쓰거나 안전띠, 바구니를 다는 걸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조그만한 아이들까지도…
    자전거 도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도로 있지만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우리나라와는 틀렸다. 자전거 도로에 간판 나오고 차 주차되있고 턱 높고 이렇지 않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로 달리면 차나 보행자의 방해를 거의 안 받고 제 속도를 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내가 자전거에 바구니를 단 것도 여기 사람들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는 자전거에 다는 유모차까지 있다. 어딜가든 길가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역 같은 곳에는 자전거 주차장도 크게 마련되 있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정책을 펼치려면 이 곳을 많이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역시 사람들은 인종이나 국가에 차이가 있는게 아니라 사람 개개인의 차이라는 것도 느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에도 친절한 사람이 있고 퉁명스러운 사람이 있었 듯이, 여기 독일에도 정말 무뚝뚝한 사람도 있고 친근한 사람들이 있다.
    근데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이탈리아보다는 그리스나 독일이 훨씬 사람들이 좋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도 더 많다. 지도를 보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독일은 에티켓이 정말 좋아서 교차로에서 사람이나 자전거에게 차가 무조건 양보한다. 신경질 내거나 빵빵거리는 건 절대 없다. 둘이 서로 멈추더라도 먼저 가라고 웃음이나 손짓을 보낸다.
    출입문을 통과하다가도 뒷사람이 멀리서 오는게 보이면 우리나라 어느 선전에서 처럼 문을 놓지 않고 잡고 있다.
    우리가 별로 신경 안쓰는 걸 이 사람들은 많이 남을 배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게 선진문화가 아닐까?

    뮌헨 같은 도시에서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도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 자부심을 가져야지.
    내가 아무 생각없이 구보하는 어린이 대공원이나 비엔날레, 시내 금남로, 무등산. 다 외지 사람이 보면 부러워 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 ukits 2004/09/21 05:01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12. 뮌헨 가는 길 – 독일 할아버지들과 만나다. 

    diary – 12. to Munchen

    2004년 09월 16일 목 11:52 베로나가는 기차.

    전날 베네치아 텐트촌에서 많이 쉬어서인지 밤에 잠을 설쳤다. 날씨 탓도 있었다. 새벽 4시 경에 후두둑 후두둑 하는 빗소리가 나를 깨웠기 때문이다. 젠장! 나무에 묶어놓은 자전거를 컨테이너 안으로 들여놓고 다시 잠들었다. 내일은 날씨가 맑다기에 강행군 하지 않고 기다린 건데 비가 그치지 않으면 하루를 쉰 의미가 없잖아.

    아침에 일어나니 안타깝게도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더 이상 쉴 수는 없다. 캠핑장을 체크아웃하고, 비닐 비옷을 사서 입었다. 자전거를 타고 어떤 목적지까지 가는 거라면 그 목적지 숙소에 도착해서 옷은 빨고 몸은 씻어내면 된다. 하지만 기차를 타야되면 사정이 다르다. 옷이 젖으면 안된다. 안그래도 젖은 샌들에서 계속 냄새가 나 다른 사람들한테 미안해 하는 참이다…
    다행인 것은 챙겨간 나이롱 바지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한시간 넘게 비를 많이 맞아 젖었는데도 역에 도착해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있자니 금방 말라버렸다.
    머피의 법칙인가… 역에 도착하니 날씨가 좋아져 햇빛이 나고 있었다. –;

    기차에 탑승!
    시간표에는 베로나라는 곳에서 한번만 갈아타면 뮌헨까지 갈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기차는 달리고 달려 내가 달려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엇그제 내가 두시간넘게 걸린 길(Padova까지)을 10분 만에 주파해버린다… 할 말이 없다.

    드디어 이탈리아를 벗어나는 구나. 항구도시 바리에 배로 도착한지 13일만이다. 이탈리아여 안녕~ 차우차우!

    동년 동월 동일 20:56
    뮈닉가는 기차 안.
    (할아버지들의 발음이 뮈닉이었다)

    기차를 네번 갈아탔다. –;
    베네치아를 출발해 베로나에서 내렸다. 뮌헨가는 기차를 바로 갈아 타려고 보니 하필이면 자전거 칸이 없는 열차였다. 원래 국경을 가로질러 장거리를 뛰는 기차는 자전거 칸이 대부분 없나보다.
    ‘불행히도 ‘내가 가진 기차 타임테이블에는 자전거 정보는 표시가 안 되있었다. 그러니 모를 수 밖에…

    하지만, ‘다행히도’ 나랑 똑같이 베네치아에서 뮌헨으로 자전거를 가지고 가는 할아버지 두 분을 만났다. 그 분들도 자전거 칸이 없는 걸 알고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래도 현지인이라 지리에 익숙한지 다른 역을 거쳐 뮌헨에 가는 방법을 금방 찾아냈다. 베레네렌인가… 내가 가진 타임테이블에는 나오지도 않은 역이다. 그래서 나는 그 분들을 졸레졸레 따라가게 되었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경에서 한번 갈아타고(그 베레네레인가 뭔가 하는 곳), 오스트리아-독일 국경에서 다시 한번 갈아탔다.

    오스트리아를 넘어 북쪽을 향하니 대번에 날씨가 추워졌다. 아직까지 한번도 안 입은 긴팔티를 꺼내 입었다. 할아버지들이 여기가 높은 지역이라 그렇다고 한다. 해발 2000미터인가? 뮌헨에 가면 다시 따뜻해질 거라고 했다. 환승을 기다리면서 할아버지들이 맥주도 한 잔 사줬다. 조금은 몸에 온기가 돈다.

    할아버지라고해서 비실비실한 그런 분을 상상하면 안된다. 백발이 성성하지만 눈높이가 나랑 비슷할 정도로 키가 크고, 덩치는 나보다 좋다. 베로나 부터 베네치아까지가 완만한 내르막길이라 자전거로 하이킹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이를 먹고 그렇게 레포츠를 즐기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에서도 길거리에서 자전거 동호인을 만나면 거짓말 아니라 20% 아저씨이고, 80%는 백발 할아버지다. 건강한 삶이란 바로 이런게 아닐까. 나도 늙어서까지 자전거를 즐겨야지. 그때도 기력이 되려나…

    열차를 여러번 갈아타면서도 함께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열차가 지나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도 계속 해주었다.

    오스트리아는 그냥 지나오기만 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동화에나 나오는 것 처럼 보였다. 푸른 산언덕에 짙부른 침엽수들과 띄엄띄엄 붙어있는 집들.
    그 높은 산들 위로 엄청나게 높은 다리를 만들어 차들이 지나가는 도로를 만들었는데 통행료가 무지 비싸다한다.
    기차 길도 엄청나게 많은 터널을 지나는데, 상당히 돈을 많이 들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들은 뮌헨에서 다시 자신들의 시골 마을로 더 가야한다고 했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한국엽서에 내 이름과 주소를 적고 to young grandfather 라고 적어서 건네주었더니. 고맙다고 웃는다. 진짜 할아버지 같지가 않았거든…
    한 할아버지가 자기 명함을 주면서 뮌헨에서 프랑크프루트로 가는 길에 자기 마을이 있으니 꼭 들리라고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할아버지 마을은 원래 내가 버스로 갈지 자전거로 갈지 고민하고 있는 로만틱 가도 인근에 있었다. 이제 버스로 갈 필요가 없어졌군. 자전거로 지나면서 할아버지 집에 들려야지.
    뮌헨 다음 일정으로 할아버지 마을이다.

    뮌헨 역에 도착해서 GPS로 유스호스텔을 찾았다. 독일말로는 유겐트 헤르베르게라고 한다. 이 곳이 독일에서 가장 큰 호스텔이라는데, 건물도 두개이고 도미토리룸이 한 40명 정도 쓰게 되있다. 헉! (훈련단에서 한 중대가 같이 쓰던 내무실 같다.)
    리셉션에서 일본 여자 두명이 나를 보고는 대뜸 일본어로 뭐라뭐라 물어본다. 내가 일본놈처럼 생겼나 보다. 물어보니 그렇단다. 왠지 반갑지는 않은데?
    나눠주는 침대 시트도 안 받고 들어가려고 하는 등 실수 연발이다. 으이그…

    도미토리 룸에 올라갔더니 짱꼴라 두명이 있었다. 다른 여행자들에게 들은 말로는 짱꼴라 중 일부 돈 많은 놈들 자식들이 해외로 많이 돌아다닌다는데, 일반 배낭여행하는 사람 처럼 보이지 않고 앞서 말한 그런 부류같이 보였다. 왠지 정이 안간다…

    그러고 보니 낮에 빅맥 한 개를 먹은 후로 아무 것도 안먹었구나. 나가서 먹을게 없나 찾아 보았다. 늦은 시간이지만 맥도날드가 문을 열었다. 하는 수 없이 또 빅맥을 먹었다. –; 한국에서도 맥도날드는 한 번인가 두 번밖에 안가본 나에게, 미디엄 or 맥시라고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냥 맥시라고 했다.

    광장 밴치에 앉아 식사를 했다. 저녁 때가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가 조용하다.
    이탈리아 바리에서 만난 자전거 투어 사람들하고 기차에서 만난 할아버지들 때문에 독일의 첫인상은 참 좋았다. 막상 도착해서는 별로 안좋다. 유스호스텔의 분위기도 그렇고 거리의 풍경도 낮설기만 하다. 이탈리아처럼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까?

    하루종일 기차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피곤하다. 기차 안에서 졸리는걸 밤에 잠 안올까봐 참았더니 잠이 몰려온다.

     
  • ukits 2004/09/21 05:00 AM 고유주소 | 댓글달기  

    11. 오스트리아 

    diary – 11. Austria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음악으 도시여서 나랑 안친하므로 패스!

    하지만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독일 뮌헨으로 넘어올 때 오스트리아를 지나서 왔는데, 자연 경관이 끝내주게 아름다웠다.

    바닥은 꼭 누가 손 본 것 처럼 전부 파란 잔디가 깔려있고, 그것보다 조금 짙은 녹색의 침엽수들이 산을따라 자리잡고 있다. 산 위로 안개가 쌓여있고, 산과 산 사이에 다리로 만들어진 높은 차도는 밑에서 보는 사람을 아찔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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