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베네치아

diary – 10. Venice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또 더 누워있기를 갈망한다. 추스리고 일어나 아침으로 캠프장 슈퍼에서 파스타 캔을 사다 먹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만두처럼 밀가루 안에 고기가 든 파스타가 토마토 소스에 요리되서 들어 있었는데 데우지 않아도 먹을 만 했다.

점심을 먹고 베네치아 안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베네치아는 입구까지만 버스가 있고, 도시 내에서는 운하를 통해 배로만 이동할 수 있다. 도시를 여러갈레로 가로지르는 운하에는 베포라토 라는 버스 배부터 택시 배, 관광용 곤돌라가 지나다닌다. 신기한 도시다…
하루종일 베네치아행 버스와 페리, 베포라토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 10.50??. 이걸 구입했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서 내일 빠져나갈 기차편을 알아보았다. 항상 자전거가 문제다. 뮌헨 직행 기차는 자전거를 싣지 못한다. 다른 곳을 경유하면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기차는 자주 있는 편이라 그것을 타고 내일 오전 중에 독일 뮌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베포라토를 타고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했다. 여기서 리도 섬으로 갈 수 있는 페리가 있다.
광장에는 무척이나 비둘기도 많고, 그만큼 사람도 많았다.

인근 식당에서 오믈렛을 시켰는데, 피자치즈에 햄이 든 주먹만한 계란말이가 나왔다. 한국의 오므라이스를 생각한 나는 성질이 날라했다. 다행히 다른 곳과 달리 요금에 자리세나 봉사료가 안붙었다.

리도 섬으로 가는 페리에서는 음악을 듣다가 꾸벅꾸벅 졸았다. 졸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리도 섬은 길쭉하게 생겼는데 선착장 반대편 해안이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한방울씩 내리고 해가 구름에 가려서 수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카프리 해안, 니스 해안, 리도섬 해안에서 수영해보는게 작은 목표 중 하나였는데…
시설은 잘 되어 있었다.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섬이라나?

베네치아로 돌아오니 비가 쏟아졌다. 금방 그칠 줄 알고 맞고 돌아다니는데 점점 빗줄기가 세졌다.
비를 맞으며 운하를 가로 지르는 리알토 다리를 지나 로마 광장에 있는 버스 정류장 까지 베네치아 시내 건물들의 좁은 골목길을 아이쇼핑도 하고 그렇게 비를 맞으며 갔다.
바리의 Torre a mare 에서 파도에 휩쓸려 가버린 랜즈 캡을 이곳에서 샀다. 6??

비가 와서인지 버스로 베네치아를 빠져나가는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버스에 타긴 탔으나 잘 알지도 못하는 타지에서 차창이 김이 서려 어딘지 알아볼 수 없기에, 옆에 사람에게 캠핑장에서 내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물어본 다음 정거장이라 지나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나폴리가 나에게 나쁜 인상을 많이 심어줘 이탈리아 전체에 기분이 상했지만, 다른 도시를 거치면서 신용을 회복하고 있다. 좋은 사람들도 많다.

캠핑장 마켓에서 음료랑 빵을 사면서 내일 날씨를 물어보니 내일도 비가 올것 같단다.
캠핑장을 떠난다 해도 자전거를 타고 상당 거리를 달려 기차역으로 가야 뮌휜에 갈 수 있는데, 비가 계속 오거나 비가 멈춰도 길이 마르지 않으면 자전거로 갈 수가 없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쉰다 생각하고 값싼 여기 캠핑장에 하루 더 머물까 생각해 본다. 그냥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누워서…

2004년 09월 15일 수 23:26 D+14

어제 밤 비가 장난이 아니게 왔다. 천둥 번개가 치고, 숙소에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 했다.

여전히 일찍 일어났지만, 오늘은 일정이 없기에 좀더 누워있었다.

일어나 밖에 나가니 밖은 온통 나뭇잎이 휘날려있고, 내 자전거는 비를 너무 맞아 체인이 녹슬어 버렸다. 물기를 닦아주고 체인에 기름칠을 하였다.

그제 널어놓은 빨래가 마르질 않는다. 전체적으로 끕끕한 분위기에서 오전에 신변정리를 하고 낮잠을 즐겼다.
신변정리는 군대에서 쓰던 표현인데, 이럴 때 참 적당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할게 없을 때, 니 주변에 있는거 정리해라…

하루를 쉬면서 보내니 무리한 근육들도 안정을 취하는 듯 하다. 다른데는 몰라도 내 허벅지 근육은 정말 쫄깃쫄깃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빨래를 말리면서 전체적으로 남은 일정을 재구성해 보았다. 가려고 했던 도시들을 많이 제거하자 대충 윤곽이 떠오른다. 일정도 처음 잡았던 두달에서 거의 절반을 줄인 한달에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에 오기 전에도 지금까지 한 여행들은 대부분 계획보다 빨리 끝났다. 제주도에서도 그랬고. 어쨌든 이번에도 거의 절반을 잘라먹고 한달만에 돌아가게 생겼다. –; 그래도 얼른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집이 최고다!!!

남은 일정은 독일 뮌헨 – 프랑크푸르트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프랑스 파리 – 니스 – 모나코 – 니스 – 파리 – 벨기에 브뤼셀 – 파리 – 영국 런던 이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캠핑장 전화기가 고장나 전화를 못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