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로마
diary – 6. Rome
2004년 9월 9일 D+8 21:47
로마 한인 민박
아침 일찍 눈이 떠지긴 했는데, 일어날 수 가 없다. 어제의 후유증으로 잘 익은 왼쪽 다리는 따끔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래도 어떻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오늘 돌아볼 루트를 점검하고 있는데, 민박 주인아저씨께서 오셔서 다른 방 형들과 함께 모아 놓고 지도를 보며 관광명소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무작정 로마 시내로 나가려 했던 참에 정말 잘된 일이었다.
그렇게 오전엔 인터넷도 하고 민박에 머물다가 점심 때 잠깐 잠을 자고, 나가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점심도 먹고가라고 차려주셨다. 원래 점심은 안주는데… 어찌 감사를 드려야할지.
가이드 북에서도 그렇고 주인아저씨 말도 그렇고 자전거로 돌아다니는 것은 비추천이라고 해서 일단 걸어나갔는데 막상 돌아다녀 보니 트레비 분수, 나보나 광장 인근만 골목이 좁아 자전거가 좀 힘들고 나머지는 자전거가 오히려 편할 뻔 했다. 덕분에 오늘 하루 무쟈게 걸었지.
콜로세움 –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 카사칼라 목욕탕 – 대전차 경주장 – 마르첼로 극장 – 캄피돌리오 광장 – 베네치아 광장 – 트레비 분수 – 판테온 – 나보나 광장 – 스페인 계단 – 포폴로 광장
콜로세움, 개선문 그리고 포로 로마노 언덕.
말로만 듣던 콜로세움을 직접 본 소감은… 글쎄 생각했던 것 보다 작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물론 생각했던 것 보다 작다는 것이지 엄청 크다. 폼페이의 원형 경기장만 했다.
이곳들의 유적은 많이 무너지고 훼손되 복원 공사가 한창이고, 이미 현대식 벽돌로 무너진 곳을 보수한 곳도 많았다. 고대의 벽돌들과 현대의 벽돌들이 만나 이상한 역사의 괴리감을 만들어낸다.
로마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지어진지 천년이 넘은 것들이라고 한다. 최근에 지어진 테르미니 역사 같은 게 500년, 100년 이정도…
나보나 광장 옆의 건물들은 겉은 그렇게 오래되 보이지만 속은 초호화판이라는데…
콜로세움 바로 옆에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전쟁에서 승리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개선문이 있고, 또 로마가 세워지고 정치/종교의 중심지였던 포르노 마로, 아니 포로 로마노 언덕이 있었다.
포로 로마노 언덕과 콜로세움 입장료를 합쳐 8?姸嗤? 안들어가기로 했다. 결국 나중에 잘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카사카라 목욕탕
수 천년 전에 천명 이상이 함께 목욕할 수 있는 공중 목욕탕이 있었다는게 신기했다. 고대의 유적들은, 당시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겐 문화이고 생활이었을텐데, 지금 우리의 생활도 수천년 이후 사람들이 느낄때 고대의 유적이라고 생각 할까? 찜질방 유적을 보면서 지금의 나 같은 생각을 할까? 찜질방 유적이라니 우습다.
벽에 조각들도 매우 화려했다고 하나 지금은 거의 무너져 원래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 였다. 간간히 바닥의 정교한 타일들과 배수구가 목욕탕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카사칼라 목욕탕과 대전차 경기장 사이에 수박을 파는 노점이 있었는데, 크기는 무등산 수박만 한데 달지는 않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1?歷? 주고 큰 덩이 하나를 사 목을 축였다. 오늘은 한국에서 먹는 음식만 먹는구나… 밥/김치에 수박도…
대전차 경기장
영화 벤허에 나왔었다는 대전차 경기장은 그저 이름만 경기장일뿐 지금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면 그저 공터라고 생각될 정도로 변해있었다.
진실의 입은 패스!
캄피돌리오 광장, 베네치아 광장
Capital의 어원이라고 하는 이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설계/시공을 하였는데, 말로만 들었던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는 건축구조물에 서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 광장에 올라가는 계단은 위로 올라갈 수록 점점 넓어져서 아래쪽에서 봤을때 계단이 정사각형 모양으로 보이게 (원래 계단은 사다리꼴로 보임) 일부러 설계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차이를 잘 못느끼겠더군.
엽서나 가이드북에 나온 것과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그 위치는 지금은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놓았다.
건물 뒤로 돌아가자 돈이 아까워 안들어갔던 포르노 마로 일대가 한눈에 펼쳐졌다. 로마 건축 양식과 보존 상태가 거의 비슷비슷해 이제는 좀 덤덤하다.
베네치아 광장에는 이탈리아 초대 왕인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있는데, 이 곳은 아직까지 화로에 불이 타오르고, 무장 현병이 보초를 서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헌화를 한다고 한다.
돔 꼭대기에 보면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큰 날개가 달린 천사가 타고 있는 상이 있는데, 왠지 모를 위압갑이 느껴졌다.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곳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 곳이구나… 이곳 또한 콜로세움 처럼 내가 가지고 있던 상상과는 엄청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분수 주변에는 영화에서 보던 당시에는 없었을 법한, 아니 있었어도 잘 가렸을 법한 건물들이 주변을 에워 싸고 있고, 다른 관광과 기념품 장사꾼들로 북적였다.
분수에 동전을 1개 던지면 로마에 돌아오고, 2개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3개 던지면 아내와 이혼을 한다고 한다. 민박집 주인 아저씨는 올때마다 3개씩 던졌다고 했다. –;
가방에서 2센트유로 동전을 찾아 분수에 등 뒤로 던져 넣었다. 다시 올 때는 혼자가 아니길 바라면서…
분수의 물은 깨끗하고 차가웠다.
스페인 계단 역시 내 환상과는 많이 달랐다. 작고 초라해 보였다. 계단 위쪽은 삼위일체 성당이 있는데 잠시 들어가 안정(?)을 취하고 나와 사진을 찍고, 분수의 물을 마셨다. 물 맛이 마치… 스페인 계단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한국 청년이 실망하고 웃다가 마시는 분수 물의 맛이었다.
NO PAY, NO PICTURE, OK? 라고 쓴 간판을 든 로마 병정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몰래 뒤에 가서 찍었다. ^^
판테온, 나보나 광장.
판테온은 로마시대 건축물 중에 보존이 매우 잘 되었는 건물로 거의 회손되지 않았다. 내부는 뭐가 문제인지 공사중이고…
특이하게도 돔 윗부분은 하늘이 보이는 상태로 구멍이 뚫어져 있는데, 공기의 대류 현상에 의해 비가 와도 안으로 빗방울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민박 주인 아저씨 말로는 비올 때 가섭 확인해봐도 빗물이 들어온다던데…
나보나 광장에는 각종 기념품상과 문신 등 잡상인들이 많고, 어떤 아이들이 자기 장난감들을 팔려고 거리에 펼쳐놓은걸 보고 웃음이 번져 사진을 한장 찍었다.
같은 민박에 묶는 형들을 만났는데, 주인아저씨가 알려주신 2?? 짜리 스페셜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으러 갔다. 7가지 맛에 크림까지… 맛을 느끼기 전에 녹는게 무서워서 재빨리 해치웠다. ㅋㅋ
포포로 광장
오래 전부터 여러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에 광장이 생기자 19세기에 다시금 광장으로 건축했다고 한다.
트럼펫 소리가 넒은 광장에 울려퍼진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이런 거리의 예술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가운데는 이집트에서 가져왔다는 오벨리스크가 떡하니 서 있고, 이집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게, 살아있는 파라오 동상이 서있다. 사람들이 동전을 집어넣으면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러 옆으로 가면 깜짝 놀래주기도 한다. 평소에는 안움직이고 가만히 서 있다. 트레비 분수 앞에는 석고색 살아있는 동상이 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가만히 보고 있으니, 꿈틀꿈틀 하며 전화도 받고, 조금 있으니 일과를 마치는 듯 옷을 벋고 내려와 어디론가 사라진다.
왜 이집트의 유물이 로마에 와있나? 이것이 정복자들의 특권인가. 언제나 역사엔 정복 당하는 자들과 정복하는 이들이 있고, 스포트라이트는 정복자들에게로 돌아간다. 남을 찍어 누르고 자신이 그 위에 올라가는 것 그게 인류의 본성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도 정복당했던 역사가 많은 민족이라 그런지 이탈리아 보다는 이집트에 더 정이 간다.
저 오벨리스크가 레이저를 쏘지는 않을까? ^^ (커멘드&퀀커라는 오락에 보면 레이저를 쏘는 무기로 오벨리스크가 나온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거리의 상점들을 구경하며 돌아가다 길을 잃었다. –; GPS 작동! 좀 늦긴 했지만 다행히 제대로 집을 찾아 돌아왔다.
로마는 나폴리보단 거리 표시가 잘 되어있고, 지도에 거리 이름이 다 표시되어 있어 거의 길을 찾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하면 아직 정착이 덜되었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되리라고 본다.
너무 많이 걸어 발 앞꿈치가 아프다. 자전거 생각이 간절한데…
로마도 크기로만 따지자면 광주보다 더 작은 것 같다. 어쨋든 다 걸어서 돌아다녔으니까.
세계사에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로마 문화의 수천년 역사를 작은 한 점이라도 공유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탈리아는 볼게 많아서 참지 얼른 떠나고 싶다…
내일은 돈이 좀 들더라도, 한국인 가이드를 통해 바티칸 투어를 받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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