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뮌헨

diary – 13. Munchen

아니나 다를까 7시 정도에 눈이 떠졌다. 집에서도 매일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한테 사랑받을 텐데…
조금 게으름을 부리며 뒤척이다가 아침을 먹으러 식당엘 내려갔다. 역시 큰 호스텔 답게 뷔페식으로 음식도 다양하고 맛있어 보였다. 그래봤자 기본이 되는 건 빵이다… 밥이 그립다!
햄이나 치즈, 요구르트, 꿀, 코코아 이런 것들과 같이 아침을 배부르게 먹었다.
아, 어제 만난 짱꼴라들하고 같이 앉아 먹었는데 독일 유학생이라 했다. 어쩐지 여행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중국 하면 못사는 나라로만 생각했었는데, 젊은 인재들이 해외에 나와 있는 걸 보니 짱개국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구나..

오늘 뮌헨의 일정은 뮌헨 역 – 신시청사 건물 – 독일 박물관 – 영국 정원 – BMW박물관 – 다하우 수용소이다,

다시 역에 돌아가 information에서 지도를 사고 곧바로 신시청사 건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차가 다니지 않은 ‘차없는 도로’라 자전거도 내려서 걸어야 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쇼핑거리를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광장에 도착하니 마침 11시가 되었다.
시청사 건물에는 대형 시계가 있다. 큰 시계 밑에는 인형들이 있는데, 하루 중 11시에만 그 인형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퍼포먼스를 한다고 한다. 그걸 고려하고 온 것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시간이 맞은 것이다.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 그 광경을 구경했다.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이곳 스포츠매장에서 자전거 라이트 전구를 구입했다. 그 구하기 힘들었던 미니 맥라이트 전용 전구 2개 세트! 이제 밤에도 안심이다. 뭐, 이제 밤에 달릴 계획은 없지만서도…

다음으로 간 독일 박물관은 예전에 어렸을때 간 어린이대공원 과학관처럼 버튼을 누르거나 직접 기구들을 조작해 과학 원리나 현상들을 시험해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규모가 훨씬 컸다.
해양, 전기, 철도, 화학, 원자, 음악, 물리, 빛, 항공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져 있는데 너무 커서 길을 잃을 뻔 했다.
마지막엔 번개 실험도 보았다. 거짓말 좀 보태서 번개를 맞은 각목이 이쑤시게가 되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걸 다 보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해 버렸다. 근데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BMW박물관 가는 길에는 영국 정원이라고, 큰 공원이 있었다. 좁은 강물이 흐르고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그 잔디밭에서 사람들이 발가벗고 누워서 일광욕을 즐겼다. 해변이 아닌데도 말이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고개를 뗄 수가(?) 없었다. –; 어떤 사람은 모자만 쓰고 (다른거 하나도 안 입고) 강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에서 먼 곳에서는 젋은 아가씨들도 나체로 누워있는 걸 봤지만 가까이서는 확인을 못 했다.

길가의 Pub에서는 사람들이 맥주를 우리 2천cc 잔 만한 컵을 가지고 먹는다. 역시 1인당 맥주 소비 1위 도시답다.

BMW박물관이 있는 올림픽 공원에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늦은 점심으로 먹고, BMW박물관 구경. 조그맣고 볼게 별로 없었다. 엄지 손가락만 자동차미니어쳐들이 있었는데 무지 비싸서 못샀다. 청기가 이런 걸 좋아하는데.
다하우 수용소는 독일인들이 유대인들을 강제 수용하던 곳인데, 과오를 뉘우치는 의미로 박물관으로 만들고 무료로 개방하고 가이드를 해준다. 독일이 일본처럼 침략 전쟁의 주범이지만 과거를 반성하느냐 반성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굉장한 것이다. 너무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서 자전거로 다녀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가지 못했다.

내일은 뮌헨을 뜨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다시 뮌헨역으로 돌아가 독일 전도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에 바구니를 달았다.
이제 폼이고 뭐고 소용 없다. 편안한게 제일이다. 그동안 폭이 좁은 뒷 짐받이에 올린 베낭이 좌우로 흔들려서 신경쓰느라 안전운행에 방해가 되었는데 이제 바구니로 고정이 되면 편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아니면 다른 여행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전거 투어용 가방을 처음 부터 달던지…

호스텔에 일찍 돌아와 씻고 휴식을 취했다.

이탈리아가 오토바이 권장정책으로 오토바이 비중이 크다면, 독일은 자전거의 비중이 크다. 자전거 종류도 참 다양하고 앞뒤로 가방도 많이 달렸고, 하이바를 쓰거나 안전띠, 바구니를 다는 걸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조그만한 아이들까지도…
자전거 도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도로 있지만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우리나라와는 틀렸다. 자전거 도로에 간판 나오고 차 주차되있고 턱 높고 이렇지 않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로 달리면 차나 보행자의 방해를 거의 안 받고 제 속도를 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내가 자전거에 바구니를 단 것도 여기 사람들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는 자전거에 다는 유모차까지 있다. 어딜가든 길가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역 같은 곳에는 자전거 주차장도 크게 마련되 있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정책을 펼치려면 이 곳을 많이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역시 사람들은 인종이나 국가에 차이가 있는게 아니라 사람 개개인의 차이라는 것도 느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에도 친절한 사람이 있고 퉁명스러운 사람이 있었 듯이, 여기 독일에도 정말 무뚝뚝한 사람도 있고 친근한 사람들이 있다.
근데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이탈리아보다는 그리스나 독일이 훨씬 사람들이 좋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도 더 많다. 지도를 보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독일은 에티켓이 정말 좋아서 교차로에서 사람이나 자전거에게 차가 무조건 양보한다. 신경질 내거나 빵빵거리는 건 절대 없다. 둘이 서로 멈추더라도 먼저 가라고 웃음이나 손짓을 보낸다.
출입문을 통과하다가도 뒷사람이 멀리서 오는게 보이면 우리나라 어느 선전에서 처럼 문을 놓지 않고 잡고 있다.
우리가 별로 신경 안쓰는 걸 이 사람들은 많이 남을 배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게 선진문화가 아닐까?

뮌헨 같은 도시에서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도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 자부심을 가져야지.
내가 아무 생각없이 구보하는 어린이 대공원이나 비엔날레, 시내 금남로, 무등산. 다 외지 사람이 보면 부러워 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