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파리 2
diary – 19. Paris 2
2004년 09월 30일 23:25
파리 민박.
원래 아침일찍 도착하게 되어있던 열차는 어제 연착된 이유로 10시가 넘어서야 파리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는 일정에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곧바로 갈아타야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철도회사 측에서는 그래도 아침 도시락을 준비해서 나눠주었다. 크흑, 덕분에 아침 값 굳었다. 나야 늦게 도착한 건 상관이 없으니까. ^^ 대기실에 앉아 빵과 밥 도시락을 먹었다.
내가 내린 오스텔리츠역에서 베르사유로 가는 지하철이 있어서, 짐을 맡겨둔 숙소에 들리지 않고 바로 베르사유로 가기로 했다.
또 RER(지하철)역에서 한국인 2명을 만났다. 일행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같은 숙소 같은 침대(?)를 쓰게되 같이 베르사유에 가기로 하고 길을 헤메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 이 분들하고 오늘 베르사유를 같이 돌아다니게 되었다.
베르사유는 루이 13세인가 14세인가 하고 마리 앙뜨와네뜨하고 많이 들어본 사람들이 살았던 궁전인데 궁전도 궁전이지만, 그 앞에 펼쳐진 정원이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우리 셋은 베르사유 궁은 오후 3시 30분이 넘으면 입장료가 2.2?? 할인되므로그돈을 아끼기 위해 정원을 먼저 구경하고 오후에 궁을 보기로 했다.
그 정원은 갖가지 모양으로 길이 나있고 수 많은 조각들로 꾸며져 있는데, 우리들은 ‘여기서 즐겼단 말이지, 왕이 좋긴 좋구만’, 이렇게 중얼거리며 구경을 하였다. 정원을 벗어난 더 멀리에는 엄청난 크기의 십자가 모양 호수가 있는데 얼마나 큰지 운하라고 불렸다. 그 둘레를 속보로 한바퀴 도는데 한시간이 걸렸다. –;
다리가 무지 아프고 배가 고파왔지만 민박집에 들어가 공짜로 주는 밥을 먹기위해 참고 버티며 베르사유 궁 까지 모두 관람을 했다. 이것이 바로 헝그리 정신!
사실 뭐 궁이라고 해서 특별히 볼 건 없었지만 그 화려함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노예가 동원이 되었을까.
결국 이 궁전의 주인공은 벌을 받았는지 처형당했지만, 화려하고 부족한 것 없는 삶 뒤에 처형이라면 그렇게 불행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까지 해본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과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큰일났다. 이곳 민박집이 집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여기 민박집에서는 사람들이 금방 친해진다. 아마도 여행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처음 만난 다른 두 분과 까르푸에 가서 장을 보았다.
망해버린 광주의 까르푸 생각이 났다.
나는 거기서 .44?? 짜리 2l 콜라와 6개 들이 초코바를 샀다. 콜라는 까르푸 기획상품인데 신기하기도 하고 양도 많아서 삿다. 저녁에 다른 분께서 과자를 내놓으셔서 콜라를 사람들하고 나눠먹었는데 아직 반이 남았다. –;
프랑스, 이태리, 독일… 유럽의 강대국들은 다들 정복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런 근성의 사람들과 문화들과 유적들을 감상한 다는 것이 신비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온순하고 침략적인 성격을 가지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로 이해하기에는 거부감이 많이 든다.
다만 독일은 자신들의 역사를 반성하고 있고, 기념관 등을 남들고 무료로 개방해 과오를 씻으려 하고 있는데, 프랑스나 이태리는 약자들에게 강탈해오거나, 그들의 노동력과 힘을 이용해 제작한 유적들로 돈벌이를 하고 잘 사는 것이 왠지 아니꼬와 보인다. 특히 내가 처음 이들 나라에 와서 이 나라 사람들에게 느꼈던 이질적인 감정들이 무조건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일은 영국행 배를 탄다. 비행기 표가 걱정되긴 하지만 마지막 여정을 보낼 영국으로…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