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니스, 모나코

diary – 18. Nice

2004년 09월 29일 수 17:24
니스역 파리행 야간기차를 기다리며

27일 저녁, 야간 쿠셋 열차를 타고 니스로 달렸다. 나는 혹시나 내가 발냄세나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여긴 암내 나는 사람이 그리도 많다. 프랑스 뿐만이 아니라 전 유럽이… 내 발냄세는 같은 칸을 쓰는 누군가의 암내에 뭍혀버렸다.
프랑스 흑인 여자도 한명 있엇는데, 폐쇄공포증이 있는지 몸이 원래 더운지 문을 못닫게 한다. 왜 그런지 설명을 하고 부탁을하면 기쁘게 받아들이겠는데 무조건 플리즈 플리즈 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를 하길래 기분이 나빠졌다. 난 추워죽겠는데…
그래서, 새벽에 화장실 갔다오면서 닫고 자버렸다. 니스에 도착할 때가 되 일어나보니 다른 역에서 내렸는지 아무도 없었다.
해변을 따라 달리는 아침 열차 창에 서서 일출을 감상했다.
같은 기차를 탄 한국인 커플을 만났는데,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저번에 피렌체에서 만난 커플처럼 맨날 싸우는 것 같지만 무척 부러웠다.

지중해 휴양도시 니스는 대도시 파리처럼 정신없지 않고 한산해 보인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해변으로 걸어나가 경치를 감상했다. 이게 그 유명한 니스 해변이구나…

피자 한조각으로 아침을 때우고, 니스의 민박집을 알아보기 위해 PC방엘 들렸다.
유럽엔 국제전화를 저렴하게 할수있는 폰샵에 인터넷 시설이 붙어있는게 대부분인데 니스엔 게임하는 목적의 PC방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당 5??. –; 우리나라에서 처럼 밤을 세가며 게임은 못하겠구나.
한글 문제로 제대로 민박집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역 인근에 호텔을 잡았다. 호스텔이 꼭 나쁜건 아니니까.

몬테카를로에서 할로우처럼…
move like Halo in Monte Carlo and…
할로우가 누군진 모르지만 그 노래 처럼 나도 몬테카를로에 있었다. 니스에서 숙소를 잡고 나서 점심 때가 넘어서 도착한 모나코는 정말로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세금도 없어 부자들이 많고 5월엔 도로 막고 레이싱 열린다. 도시가 상당히 작지만 깨끗했다. 나라 자체가 걸어서 한바퀴 돌 수 있을 만큼 작다.
걷다가 발견한 굵은 모래 해변의 물은 카프리의 물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해수욕장인데도 팔뚝만한 고기들이 헤엄친다,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에 옷을 벗어던지고 잠시 수영을 즐겼다.
여자들도 웃통을 훌훌 벗어제끼고 일광욕을 하는데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별다른 감흥이 없다. –;

돌아오는 기차에서 다시 그 커플을 만났다. 같이 모나코에 있었었나 보다.

숙소에서는 같이 방을 쓰는 켄과 알렉스를 만났다. 알렉스는 일본계 미국인인데, 이야기가 잘 통했다. 유럽을 마치고 이집트 까지 갈거라고 한다. 한 서너달 쯤… 대단히 긴 여행이네. 김치와 밥을 좋아한다길래 파리에 가면 찾아가 보라고 내가 파리에서 묵었던 한인 민박집 주소를 알려줬다.
다음날 일찍 나간다더니 나보다 더 늦게 일어났어. ^^

뭔가 슬픈 꿈을 꾸었는지 자다가 울었다.
여행을 시작한 후로 숨어 있던 감성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한국은 추석 연휴가 한창일테지…
침대 위에서 동쪽을 향해 절을 두번 올렸다.

폰샵에서 사진을 올리는데 너무 느려 엄청 오래 걸린다. 하는 수 없이 중요한 사진만 올리고 나왔다.

니스의 해변에서 여유를…
니스의 자갈 해변에서 As one 의 I’ve never been to me 를 들으니 기분이 정말 좋아져 웃음이 절로 났다. 그래, 내가 해보고 싶었던게 이거야!
결국 여기서도 참지 못하고 수영을 잠시 즐겼다.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어 그냥 바지만 입고 들어갔다가 나와서 그대로 말렸다.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누워있으니 마음이 무척이나 여유로워진다. 살이 더 타면 안되는데…

니스 시내를 한바퀴 돌아 역에 매우 일찍 도착했다. 볼게 그리 많지 않아 시간이 많다는게 정말 좋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체국을 발견하고 마지막이 될 엽서를 전에 다니던 회사에 부쳤다. 여긴 우표가 좀 비싸군… 0.90??.

기차가 연착되었다. 파리 반대방향 쪽에 사고가 생겼는지 열차가 오질 않는다. 파리 쪽에서 도착한 열차도 더 나가지 못하고 역에 머물러 있다. 결국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열차가 도착하고 파리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말 하길 쿠셋 칸도 자주 타면 내 집처럼 편하다는데 가끔 흔들리는 것 만 빼면 괜찮은 잠자리다. 짐도 많지 않아 걱정없이 푹 잘 수 있었다.